참여자별 소관부처 이견·인력 강화 등 안건 차이 보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박경득)이 처음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지향점을 논의하는 공동 토론회를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김윤수·김윤·문정복·백혜련·소병훈·장종태·정을호 의원), 전종덕 의원(진보당),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 및 민주노총 소속 두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특히, 오는 17일 의료연대본부 소속 6개 국립대병원지부가 임금체불 해결과 공공의료 확대 등을 이유로 파업을 앞두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인사말과 발제 이후 토론과 질의응답으로 이어졌으며, 좌장은 정백근 경상국립의대 교수가 맡았다. 최희선 위원장은 “작년 국립대병원 적자는 6000억을 돌파했고 몇몇 지방 국립대병원은 자본잠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서두를 열었다. 이어 “각계 전문가와 노동조합,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어느 지역에 살든 걱정 없이 지역완결적 의료이용이 가능한, 진정한 공공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이 가야 할 지향점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는 △국립대병원의 역량 진단과 개선과제(옥민수 울산의대 교수) △지역 내 국립대병원 역할 및 공공성 강화발언(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을 주제로 이어졌다. 옥민수 교수는 의료기관이란 의료서비스의 생산요소로, 의료 소비자와 제공자가 서비스 제공을 포함해 건강권 실현을 위해 상담·예방등을 실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책무성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 같은 책무성은 단일 의료기관이 전담하거나 계량되기 쉽지 않고, 현행 지표는 △중증도 분류 체계 정확도 △적합질환군 비중 의존 △기준 설립의 난점 등이 있다고 발언했다. 따라서 지역 내 발생한 △심뇌혈관질환 △모성질환 △외상 △암 등 다양한 필수보건의료 관련 질환 관리에 기여한 정도를 수치화한 필수의료 제공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표는 지역권 내 주민이 이용한 필수의료 영역별 진료량을 진료권 내 특정 의료기관에서 받은 필수의료 영역별 진료량으로 나눈 값이다.
이어 옥민수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과제로 △중증·응급 중심 인프라 강화 △필수의료 역량 강화·전달체계 정상화 위한 정책수가 추진 △최중증 기능 유지 위한 인력·운영비 등 지원 강화 △상시 전원체계 구축·운영 △권역 내 필수의료 거버넌스 강화·네트워크 운영 및 관리 등을 꼽았다. 단, 이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안건으로는 서울(수도권) 내 상급종합병원과의 의료자원, 특히, 인력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두 번째 순서로 발제에 나서 현재 한국 의료의 근본적 문제는 시장주의적 의료체계가 불러온 공공의료의 후퇴라고 봤다. 국립대·공공병원은 규제와 꾸준하지 못한 지원으로 민간 병원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립대병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병원으로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가 국립대병원의 책임을 강화하고, 모든 국립대병원을 상급종합병원화하는 한편,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립대병원이 지방의료원·보건소 등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내 중증·최종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기능해야 하며 운영을 위한 별도의 재원 마련 필요성도 함께 주장했다.
나아가 증원심사(정원관리)와 총액인건비 규제 예외 기관으로 지정해 중장기적으로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기관 평가만을 운영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민주노총 등 노동자 단체에게도 임금 교섭 틀과 임금 상슴 구조 등을 통한 ‘장기 근속 희망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은 △신나리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장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부본부장 △김창훈 부산의대 교수 △한진옥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조승아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 △윤혜준 교육부 의대교육기반과장이 각 발언했다. 신나리 전남대병원지부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정부 재정·예산을 총괄하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다”며 “공공기관 예산·인력·복리후생·임금까지 전방위적으로, 국립대병원은 특히 인건비 문제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은 기타 공공기관이자 지역 거점 공공병원으로서 필수 의료를 포함해 지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인력에 대한 안정적 유지·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섭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촉발하고 지난해 의정사태 이후 격발한 국립대병원의 재정 악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렇게 재정 격차가 크게 발생한 건 국립대병원이 민간 병원에 비해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인원이 상당히 적어 사실상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없었고, 이에 따라 외래량·수술 건수 등이 모두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병원이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근무조별 인력 축소 등으로 책임을 전가했으며, 최근 전공의들의 복귀 이후 그동안 전공의들의 업무를 전가받았던 간호사들을 일방적으로 원 근무로 돌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17일 예정된 파업의 주요 안건으로 △국립대병원 담당 기관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국립대병원 중심 의료체계 구성 △국가·지자체의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를 포함한 재정 지원을 특히 강조했다.
이어 김창훈 부산의대 교수는 “위기의 지역의료라고 하는데, 위기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지역 병원으로서의 국립대병원 위기는 선별적 지원을 늘리면 어느정도 될 것 같다”면서도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지역 의료 전달 체계로서의 문제 해결 방식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은 공공기관이 아닌 공기업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지역 필수의료 기관으로서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있는 수가 제도의 형태, 운영방식을 어떻게 해도 지역 당국의 기획 기능과 지역이 갖춘 엄청난 권한을 재조직화하려 하지 않는 이상은 해결이 또 다시 미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법인화 체제 내에서 입사한 근로자들만 남아 그들이 주요 보직자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지역에 있다는 책임성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적 기관에 걸맞는 국립대병원 구조와 운영방식을 재설정하고, 병원 운영진 등의 적극적 리더십 변화가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한진옥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재 국립대병원 등 소관부처 이관을 다루는 법안은 총 4개로, 제22대 국회 기준 국립대병원 담당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거나,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지역 국립대병원만을 이관하는 두 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의 주요 지점으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중 담당 부처에 따른 역량 변화라고 언급했다.
한 조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대학병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할 경우 교육·연구역량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병원 자율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앞서 제기돼온 바 있다. 양 기관은 현재 소관부처 이관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국립대병원의 정책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임상 기능을 향상시키고 중복 사업 등을 검토해 기존 정책과의 정합성·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조승아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거주지별 치료·간호사망률 격차뿐 아니라, 대형병원을 가기 위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진료비용을 추산했을 때 연 4조6000억원가량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지역의료 위기는 지역 전체의 소멸도 있겠지만 지역에서 가장 큰 신뢰를 받던 국립대병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큰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국립대병원을 가장 신뢰한다는 연구결과도 같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립대병원이 지역 공공·필수 의료의 척추, 큰 뼈대로서 기능해야 된다”면서도 “다만 국립대 병원은 당연히 해당 지역을 모두 책임질 수 없고 결국 현장에 있는 많은 민간 의료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충분한 지원과 역할, 책임이 부여돼야 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보건 부서로서 국립대 병원 업무를 이관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공공의료과장은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설·기능 보강 예산 투여 △당직 의사·인건비 △인공지능(AI) 진료 시스템 도입 △연구·임상 분야의 수련확대·다기관 수련 등 제도 개선·투자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상적 수월성이 담보되지 않는 국립대 병원의 권한 강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립대 병원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같이 해 주고 정부도 같이 열심히 해야 지역으로의 분리를 해결하고 국립대 병원의 위상이 예전만큼 더, 예상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