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미술, 해부학의 스토리텔링적 결합
흔히 살아 온 역사가 얼굴에 묻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얼굴은 첫인상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지만, 얼굴‘뼈’ 속에는 인간의 삶과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지호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얼굴뼈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적 사건과 함께 엮은 ‘얼굴의 인문학’을 최근 출근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악안면은 머리뼈 중 얼굴을 형성하는 뼈로, 미의 기준인 동시에 성형·양악수술·노화·질병 등 수많은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러나 정작 얼굴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뼈의 기능과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강암 환자의 얼굴을 재건하고 사고로 산산이 부서진 얼굴뼈를 복원해 왔다. 그는 수술실 안팎에서 마주한 다양한 얼굴의 의미를 고찰해, 해부학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분야를 인문학적 시선에서 풀어나가며 얼굴뼈의 사회적 의미와 역사를 탐구했다.
책은 △영혼을 담은 수수께끼의 퍼즐, 얼굴뼈 △얼굴뼈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얼굴뼈와 인간 문명 총 3장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이력을 살려 해부학적 구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웹툰을 함께 담았다.
1장에서는 22개의 뼛조각이 퍼즐처럼 맞물려 형성되는 얼굴뼈를 통해 얼굴이 지니는 정체성과 외모의 다양성, 타고난 얼굴을 의학 기술로 변화시키려는 인간의 노력을 조명한다. 2장은 얼굴뼈와 긴밀히 연결된 △혀 △점막 △잇몸 △신경 등의 작동 방식 등 얼굴뼈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들을 고찰한다. 3장은 문명사회의 얼굴뼈가 갖는 의미와 역할을 해부학 지식 중심으로 인간 사회와 엮여 온 역사를 소개한다.
이지호 교수는 “얼굴은 인간 정체성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요소지만 근원이 되는 얼굴뼈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 책은 해부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얼굴뼈가 문명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풀어낸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과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