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3년, 서비스·만족도 높지만 현실성 과제로
‘주 4일제’ 3년, 서비스·만족도 높지만 현실성 과제로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5.08.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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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도입 3년 토론회 개최
참여자들 “유의미한 성과, 임금 유지 등은 과제”

세브란스병원이 주 4일제를 도입한 지 3년이 흘렀다. 퇴직 간호사가 줄고 서비스의 질은 높아졌지만 임금 유지 및 인력 확충 등 사업 확대를 위한 과제는 현재로서는 난제로 꼽힌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병원 노동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 해법 모색, 주 4일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세브란스병원의 주4일제 시범사업 도입 2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한국노총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 주4일제 네트워크와 함께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현장발언 △주제발표 △지정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 3개 병동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 사업을 도입했으며, 3년차를 맞이한 현재 5개 병동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주 4일제는 노동시간 단축이 목표이기도 하며, 해야할 일도 굉장히 많고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정부 때는 굉장히 암울한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 암울한 시간을 지나오지 않았나”라며 “자리에 참석한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측에서 지난 정권과 다른 의지를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발언은 고경민 세브란스병원 191병동 간호사와 서동임 강남세브란스병원 52병동 간호사가 참여했다. 고 간호사는 주 4일제 사업에 6개월째 참여 중이며, 서 간호사는 시범사업 시작 이후 3년째 모두 참여 중이다. 이날 두 간호사는 현장발언에서 주 4일제의 가장 큰 변화를 번아웃 방지와 업무 전문성 향상이라고 짚었다.

서 간호사는 “일하는 입장에서, 이전에는 바쁘기 때문에 환자의 질문이나 수행하는 업무를 시간에 쫒기며 했지만 주 4일제 도입 이후 기록을 더 세세하게 읽어볼 수 있고, 환자·보호자가 필요한 걸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감정노동 같은 상황을 같은 강도여도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고 스트레스 강도도 확실히 줄었다”며 “(이전에는) 힘들어서 퇴사자가 굉장히 많고 90%가량이 이동을 원하는 병동이었는데,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이동신청이 전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간호사 업무의 높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주 4일제 시행 이후 낮아졌다는 주장은 현장발언 외에도 이어졌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주제발표 자리에서 “(세브란스병원 간호사의) 평균 근로 시간은 9시간 이상, 인수인계까지 포함하면 10시간 이상인데 식사 시간은 10분 미만”이라고 짚었다. 그는 “1920년 조선총독부 간호사들도 근무 연수가 만 1년 미만인 경우가 다수였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시범사업 도입 이후 2년간 3년차 미만 간호사의 퇴사율이 12.5%p 줄어들었고 주5일제 병동에 비하면 4%p 감소했다. 특히, 연간 고객소리함 친절 건수는 주5일제 비교 병동에 비해 13.2건이 늘었고, 환자·보호자 상대 친절도는 2023년 8.7점에서 지난해 57.1점으로 올랐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도도 2023년 17.4점이었으나 2024년 61.9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주 4일제 참여 그룹은 업무상 질병(우울증·수면장애 등)도 유의미하게 줄었다. 수면장애는 2023년 26.1%가 겪었으나 2024년 15.2%까지 줄어들었고, 우울감은 2023년 4.5%에서 0.0%까지 감소했으나 의정갈등의 여파로 다시 올라 3.8%를 기록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노동기구의 노동시장 정책 추진 시 준수할 5가지 원칙에 의하면, 첫 번째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음으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야 하고 일과 육아가 병행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주4일제 도입 시 중요한 점은 주당 노동시간을 유지하되 일간 실노동시간도 함께 감소돼야 하는 형태라며, 이번 시범사업의 의의를 △실노동시간 단축 수반 △노사 합의에 의한 결과 도출이라고 짚었다.

권 교수는 주 4일제 도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친절도 상승·번아웃 방지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 병원 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차원으로도, 노동시간 정책은 성평등을 촉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일·돌봄·육아의 양립 가능성을 높여 성평등 촉진에도 기여한다”며 “선도적인 (이번 시범사업 같은) 모델이 의료업종 전체에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은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권영식 연세의료원 인사국장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 △한진선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장이 참석했다. 손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현장은 굉장히 압축적으로 노동하고, 노동 강도도 강한데 (이번 시범연구는) 그런 노동강도가 있는 업종에서도 작동했다는 것이 정책적 파급력과 제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권 인사국장은 주4일제 도입 시 실제로 필요한 인력과 예상 인력의 차이가 있음을 짚으며 “정부에서 하는 시범 사업은 동일한 개념의 사업을 지원하지 않는 기준이 있는 듯한데, 그런 부분도 같이 해결하면 (높은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발언했다.

그는 “대부분 병원 관련 정책은 정부에서 수가로 조절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지만, (주 4일제 같은 경우) 바로 조절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제안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의 자료에 기반해 비용 대비 효과를 고민해 보고, 병원 측에서도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연구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향후 보건의료 계열의 주 4일제 도입과 관련한 과제로 △현행 임금 유지 주4일제 도입 방안 고려 △근로시간 단축 방안 다양화 △도입 시 인력 충원 방안 관련 국가·정책적 지원 △각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등을 꼽았다.

박 간호정책과장은 현재 저연차 간호사들의 높은 퇴직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 사업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취지의 연장선상으로 교대제 시범사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대제 시범 사업은 주 4일제 시범 사업과 결이 약간 다르다”면서도 “정부에서 해당 사업을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 측면도 있지만, 병원이 환자에게 끊김 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고려해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박 간호정책과장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확충이 어렵다는 점이다. 간호사 면허를 갖춘 인원 중 의료기관에 근무 중인 비율은 약 53%에 불과하며, 공공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유휴인력이 전체의 30%가량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국가는 사업 재원을 일정 부분 세금으로 걷어 지원하므로, 궁극적으로는 각 병원이 수가 기반으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수가에 반영돼 의료서비스 비용이 함께 오르고, 장기적 관점으로는 건강보험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임금근로시간과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노사 양측에서도 공동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마련되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노동부의 일만으로 여기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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