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예정된 총파업, 사업장별 투쟁 선회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이 오는 24일 예정했던 산별총파업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하에 개별 투쟁으로 전환한 가운데,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한적십자사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체불 임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4일 적십자사 본부지부 산하 26개 지부는 약 18년만의 파업에 돌입한다. 해당 총파업은 21일 오늘 보건복지부와의 합의로 철회된 대정부 산별총파업과 맞춰 예고된 것이다. 지난 17일 적십자사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적십자사 노조는 대한적십자사와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8차례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적십자사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공공기관 체불 임금 지급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사는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연숙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 본부지부장 △노철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김대련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강성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이 참여했으며 △취지발언 △투쟁발언 △현장발언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적십자사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은 △총액 인건비 폐지 △무상 수혈 등 혈액 공공성 확보 △적십자병원 경영 정상화 등이다. 노조는 앞서 코로나19 유행 당시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으나, 지정 해제 이후 경영난으로 인한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소정근로일수 이내 근무일수 조건 충족 시 지급해야 할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했음에도 공공부문 노동자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총액 인건비 제도는 더 이상 제도가 아니며 법 위에 군림하는 장벽이자 노동 위에 눌린 돌덩이, 상식조차 질식시키는 거대한 갑질의 구조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최저임금 확대를 명확히 판결했으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닫혀 있다”며 “정부 스스로 법을 무력화 시키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혈액 공급과 혈액 체계 확보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필수 요소”라며 “(파업 사유는) 현장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장시간 노동과,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묶인 총액 인건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되풀이해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적십자사 혈액 사업은 국가 혈액 수급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혈액 공급을 하루 10시간 이상”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적십자 병원은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익적 역할을 이제까지 해왔지만, 이로 인한 만성 적자의 책임은 늘 노동자의 몫이었다”고 강조했다. 송 수석부위원장은 “혈액원과 적십자병원이 본래 목적대로 사회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낡아빠진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가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를 더 악화시키는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정연숙 보건의료노조 적십자사 노조 본부장은 “적십자사는 1905년 설립된 국내 최대 NTU 닽체로서 재난·재해·보호사업, 7개 적십자병원의 의료 사업, 전국 15개 혈액원의 혈액사업으로 인도주의라는 숭고한 정신 아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초고령화 등으로 헌혈 인구가 줄고 혈액 부족이 상시화되며 노동자의 근무 부담도 늘고 있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적십자 병원에 대해서도 “지역 의사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의료진 이탈은 진료 수익 악화로 이어져 경영난과 임금 체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액 인건비 제도에 묶여 고액 이사 임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적십자사 노동자의 통상임금 범위는 750% 확대됐지만 적십자사는 통상임금이 확대돼 총인건비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도 임금은 2.6% 삭감할 것이라 밝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력 부족과 노동 강도 심화, 전문 인력 이탈 가속화가 반복되면 결국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오는 24일 적십자사 노조 파업을 돌입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가 보건복지부와 9·2 노정합의 이행체제를 복원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각 병원·기관별 파업 진행 현황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회견과 같은 날인 21일 보건의료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7일부터 보건의료노조와 실무협의를 진행해 노정합의 이행체제를 복원하고 오는 22일(화) 협의 내용을 최종 확약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산별총파업을 예고할 당시 요구사항으로 △직종별 인력기준 제도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보건의료분야 주4일제 우선 도입 △공공병원 착한 적자 국가책임제 포함 공공의료 강화 등 7가지를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논의를 거쳐 21일 오전 긴급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정부 산별총파업은 철회하되, 사업장별 현장 임단협 교섭은 유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적십자사 노조를 비롯해 각 병원·기관 등은 노동위원회 조정 및 사업장별·특성별 교섭을 거쳐 개별 파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9·2 노정합의 이행체제를 복원해 의료정상화와 공공의료 강화, 의료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상호 협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의 올바른 의료개혁 및 현안 문제 해결 의지에 따라 사용자도 전향적으로 결단해야 한다”며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으며, 불성실한 교섭을 진행하는 경우 집중적으로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번 이행체제 복원 합의에 대해 “윤석열 정부로 인해 중단되고 있었던 9.2 노정합의 이행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었다”며 지속적 대정부 협의와 국회 대응을 거쳐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마지막 순서로 구호를 제창하며 종료됐다. 한편, 기자회견을 진행한 대책위는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과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 소속 5개 산별 노조·연맹이 연대한 단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