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력 기준 법제화·노동환경 개선 필요”
“보건의료인력 기준 법제화·노동환경 개선 필요”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5.06.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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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민주당·진보당 토론회 개최
의사 ‘부족’ 응답 83.9%, 의정갈등 후 14.9%↑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25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과 이수진·전진숙·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종덕 의원(진보당)이 공동 주최했다.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는 1989년 시작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로, 조사 항목은 △임금 △노동조건 △업무량 △노동안전보건 등 정기 항목과 △폭언·폭행·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갑질) △의사인력 현황 △진료지원업무 인력 현황 등 부정기적 문항을 포함한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올해는 총 4만4903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 특징별로는 △사립대병원(56.7%) △간호사(65.9%) △30대(39.7%) △여성(80.5%) 참여자가 많았다.

▲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토론회는 1부 인사말과 2부 지정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수진 의원은 “나도 병원에서 상당 기간 일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인력은 들어오는데 업무량이 늘어나는 이상한 형태에, 대학병원도 업무량이 어마어마하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실태조사에 나온 내용들을 보고 우리가 앞으로 가야 될 방향을 좀 더 같이 공부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 자리”라고 답했다.

또한 “아무래도 의료 대란으로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지만, 그 다음 피해자는 간호대 졸업생들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현장 상황의 부담이 진료지원 인력들에게 전가가 되고 있는데, 이것도 함께 해결해야 될 시급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오늘 받은 의견들을 잘 담아 국회 입법 과정 및 지원 대책 마련 시 잘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문제”라며 “인력이 잘 배출되지 않고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제대로 배출돼도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하고 채용하는 정책이 그렇지 못하고, 인력 기준이 없으니 피해가 인력뿐만 아니라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와 다른 직종의 임금격차와 지역 의료원의 경영악화로 인한 임금 미지급을 지적하며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 정책에서 인력 관련 제대로 된 정책이 그동안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종덕 의원(진보당,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 전종덕 의원(진보당,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전종덕 의원은 이번 실태 조사의 주요 시사점 두 가지를 언급하며 “첫 번째는 (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63.4%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임금과 고강도 노동이 63.7%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노동자들의 결과가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사립대 병원 노동자들이 다수 설문에 응했는데, 여전히 노동조건이나 현실의 정체된 상황을 함께 개선하는 과제가 우리에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올해 설문조사 결과 보건의료 분야 인력은 최근 3개월간 연장 근무 시간은 30분 미만으로 응답한 비율이 44.7%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44.5%의 응답자가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특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83.9%로,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도 40.3%에 달해 의정갈등 이전인 2023년에 비해 14.9% 더 높았다. 의사 수가 부족한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34.6%로 가장 높았다.

세부적으로 간호직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87.4%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의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진료지원인력에게 더 많이 전가된다’고 답한 응답이 전체의 91.3%였다. 이 밖에 △의사 대신 항의와 불만을 듣는다(49.2%) △의사 대신 업무로 일이 늘어났다(39.2%)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응답자 중 진료지원업무 분야 종사자는 4531명으로 전체의 10.1%, 간호사 응답자 중 14.4%였다. 이 중 56.1%가 진료지원 업무 교육을 이수했으며 이들은 원내 자체 교육(76.3%)을 수료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교육 시간은 부족하다는 응답률이 52.2%로 근소하게 앞섰고,진료지원 업무 교육 관련으로는 △배치된 과의 업무 관련 세밀한 교육 필요(75.4%) △각 과 배치 전 충분한 교육이 필요함(65.7%) △이론·술기 모두 교육해야 함(64%) △교육을 필수의무로 지정해야 함(48.2%)의 인식을 보였다.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은 이주호 고대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고, 총 4개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각 주제 및 발언자는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노동조건)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의사인력과 진료지원업무)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폭언·폭행·성폭력·직정 내 괴롭힘)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일-생활 양립과 정년)이다.

이날 주로 언급된 주제는 노동환경의 업무 과부하 및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였다. 신 교수는 높은 의료 서비스 수준과, 그에 대비되는 간호사 근무 현장을 소개하며 가장 시급한 조건으로 ‘인력 부족 개선’을 짚었다. 그는 팀 단위로 자신의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근무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예시를 들며, 해당 교대 근무제를 실시 중인 간호사들의 조사 결고 직무 이후 피로 회복도가 훨씬 좋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간호사가 좋게 표현하면 너무 여러 군데 가서 안 하는 일이 없고, 그러다 보니 진정 해야 할 간호를 해야 할 인력들이 병원 내 사각으로 빠져나가 실질적으로 환자를 간호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병원도 간호사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편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료지원 업무에 대해서도 “의료 공백 사태에서 병원이 굴러가는 데 누가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데, 합법적 위임과 불법적 대행은 명확히 구분돼야 하며, 지금 현장은 불법적 대행이라 여기며 합법적 위임이 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 기자는 최근 1년간 보건복지 분야 기사의 중점은 사직 전공의로, 사직전공의가 복귀해도 △필수의료 교수직 인기 하락 △수련 환경 변화 등이 주요 난관이 될 것이라 짚었다. 지난 5월 이후 복귀한 전공의들의 근무 형태가 사직 이전에 비해 △근무 시간 외 연락 수취 거부 △업무 분장 원칙 강화 등의 분위기로 바뀌어, 인력 부족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기자는 간호사들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사들의 인식은)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서 의사의 일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가장 크게 나누는 것은 간호사(라고 여긴다)”며 “현장에서는 병원별 차이는 있지만 내일부터 ‘이 병동에 가서 진료지원 간호사 해라’고 했을 때,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의료사고 위험을 느끼며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간호법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정부가 접근하는 면이 있는데, 한계가 크다는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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