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단체·국회, 李 정부 보건의료 정책 머리 맞댔다
4개 단체·국회, 李 정부 보건의료 정책 머리 맞댔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5.06.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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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시민단체·전문가·국회의원 참여 토론회
“공약, 방향성 좋으나 구체화 필요” 의견 일치

지난 4일 공식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공약 및 정책에 대해, 국회와 보건의료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이 12일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세부적 공약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실질적 해결 방안 등에 대해서는 제각기 다른 입장차를 보였다.

12일 오전 시민단체 연합인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국회 연구단체인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및 소속 의원들과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 및 국정 과제 추진 목록을 논의하는 장을 열었다. 연대회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단연)로 구성돼 있다.

이번 ‘보건의료 대선 공약 평가 및 국정과제 채택 과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 토론회’는 4개 단체가 각기 발제를 담당하고 정치·의료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지정토론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이수진·김윤·서미화·전진숙 의원이 참여했고,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인사말 이후 진행된 발제는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실장 △이은연 환단연 이사가 진행했고, 지정토론은 △임준 인하대 교수 △이희영 분당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 교수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참여했다. 이 중 김 교수는 화상으로 참여했으며, 좌장은 송기민 한양대 교수 겸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이 도맡았다.

토론회에서 네 단체는 입을 모아 공공의료·공공돌봄 확대의 필요성을 가장 강조했다. 단체별 공공의료 항목에 해당하는 주요 안건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공공의대 신설(경실련) △공공병원·지역의사제·전 국민 주치의제도(한국노총)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신설 및 사회적 대화로 인력양성·배치 방안 수립(보건의료노조) △환자기본법 제정·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환단연) 등의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이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시민단체는 대체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방향성은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진행법 등의 구체화가 미흡했다고 짚었다. 남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일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지만, 구상 수준의 내용들도 많아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지역 필수 공공의료에 배치할 제도적 수단이 없고, 국립대에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은 공백을 해소할 방안이 부재하다”며 “의대가 없는 지자체나 지방국공립대에 의대가 없는 곳은 공공의과대학 및 병원을 신·증설해 의료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대 졸업 후 의사 자격 취득 시 일정 기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도록 해 지역 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과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 최복준
▲ 최복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최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도 “앞으로 초고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돌봄 분야가 굉장히 중요한데도 보건의료노조는 (대책 마련에) 미진한데, 다행히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 많은 부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력 양성 및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수가 체계를 (지금처럼) 둔 상태라면, 현재 발행되는 병상 보조 속에서 과연 이 의료체계가 어느 정도까지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인지가 고민거리”라고 설명했다.

안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공약 중) 건강보험 제도 개선에 대한 여러 내용들이 한국노총이 봤을 때 큰 방향성은 동의되나 세부적인 것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민주당 공약은 국민 중심 의료 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면서도 “현재 운영 중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와 재정운영위원회 등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입자·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국민 참여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 개편할 것인지” 등의 안건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환단연 이사는 “환자들은 이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의료 공백을 경험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의료계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닌, 현장을 중심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연구해 사회적 협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단연의 기존 입장은 ‘의료 사고 안전망 개선은 면책이 아니라 책임과 소통 중심이어야 하고, 공적 배상 체계 강화·유감 표시·법적 보호 등의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형사처벌 면제 특례 도입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어 “현장이 원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면제를 확대하는 게 아닌 환자와 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의 문제”라며 “형사 절차 없이도 신속하고 공정한 손해배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지정토론 시간에는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수가 체계 개편 필요성 △필수의료인력이탈 △경상 과잉 검사 등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형식의 의료불균형과 경상 과잉 검사 등의 문제가 “상당히 사회 추구적인 시장 중심 의료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공공의료의 효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함께 존재해, 공공의료 확충과는 별도로 공급체계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지, 지역의 부족한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지에 따라 목적 자체가 다른데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였다”며 “국가든, 지역의 목적이든 설립할 수 있는 기관은 국립뿐이므로 애매하게 묶을 게 아니라 설립 목적을 명확히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기존 의료 전달 체계를 확대해 건강 관련 사회적 필요와 지역사회 연계·통합교육까지 포함한 주제를 선정해 발언했다. 이 교수는 그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은 실제 환경과 진행 상황 등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익적 운영 거버넌스 등은 좋은 제안이지만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 돌봄에 대해서도 “지금 공약이나 (각 단체의) 제안 내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현장 의견을 잘 반영해 지자체 권한 강화나 공공 부문 책임 등에 대한 원칙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며 “기존 지자체의 역할이 모호하고, 다들 기대했던 재정 문제 등이 담기지 않아 앞으로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화상으로 참여해 건강보험 제도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발언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회보험으로서의 보장 기능이지만, 낮아서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보장성 확대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비급여 진료비가 정부의 통제권 밖에 있고, 급여 확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 항목을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보장성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날 비급여 관리 정책 추진 방향성으로 △비급여 진료비 전부 보고 제도 △건강보험 지불제도-의료인력 고용 수준 간 연계성 강화 정책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보장성이 낮아 비급여 진료는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해결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일단 전액 본인 부담으로 지정하면 코드와 명칭이 표준화되고, 무엇보다 가격 설정이 가능해 다음 단계인 총액제로의 이행이 훨씬 더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 문제에 대해서도 “고용 수준 인력도 제대로 고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기준을 낮춰서까지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기준을 준수해) 잘하고 있는 의료기관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이를 위해 수도권·상급종합병원의 병동 수 제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지불 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닌 외부 단체의 필수 의료 보상·수가 계약 제도 점검 등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며, 보험료 책정 시 소득 중심 또는 개인별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조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대부분의 요구사항은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단체들의) 생각과 민주당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선 공약은) 답을 먼저 내놓고 가겠다기보다, 기조나 방향을 제시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구체화 방향에서의 논의 필요성과 의정갈등의 사례처럼 각 집단의 입장차를 좁히는 과정의 어려움도 언급하며 “거버넌스 구조에서 이해 당사자를 제외하자는 의견이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당사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원하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진행될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처벌 면책 특권에 대해 “소위 말하는 필수 의료 분야의 경우, 불가피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계속 방치할 경우 종국적인 피해가 환자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의료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전체적 공약에는 보강과 신설이 맞물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있는 공공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의료의 확대·강화 필요성에 반발하는 입장을 가진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뿐 아니라 다른 단체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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