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 통합·공공의료 강화·노동환경 개선” 주장
전국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희선)이 현 보건의료계 문제를 짚고 오는 6월3일(화) 예정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관련 정당별 공약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노동인력 부족 및 환경 악화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건강보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 보건의료계 노동자들이 참여한 공공의료 강화 등 의료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 노동 공약 토론회’는 제21대 대선 각 후보별 보건의료 부문 공약을 비교하고 보건의료 정책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 2부로 구성된 행사는 △정당별 연설 및 기념행사 △보건의료·노동공약 토론회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김윤(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본부 정책부본부장) 의원, 남인순 의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대리참석)이 재석했다. 민주노동당 측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와 강은미 민노당 선거대책위원회장, 이은주 민노당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및 개혁신당 측은 모두 불참했다.
이 밖에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류이근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장 △이창곤 소셜코리아 편집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총연맹 위원장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2부에서는 최 정책실장의 발표에 이어 정당별 공약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최 정책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는 △저출산·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의료·요양 수요 폭증 △시장경쟁 구조 심화로 인한 경쟁 의료체계 △OECD 기준 GDP 대비 국민 의료비 평균 이상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지원을 포함한 의료체계 개편 및 돌봄·요양 분야 체계, 건강보험 보장성 등의 안건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 중점은 각각 △국민 참여 의료체제 개혁 △노동권 개선이다. 김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 대원칙을 “국민 중심 의료 개혁”이라고 밝혔으며, 강은미 선대위원장은 “돈보다 생명, 공공의료·국가 책임 강화”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 분야 주요 정책은 △국민 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신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등 조직 개편을 포함한 의료개혁 방안 논의·확정 △주4.5일제 도입 확산 및 직종별 적정인력기준·체계 마련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책임 네트워크 구축·필수의료 지방 분권) △공공의료 강화(인프라 확충 및 지역의사제·지역의대·공공의대 신설) 등이 꼽혔다.
민노당의 주요 정책은 △9.2 노정합의 이행협의체 재가동 △공공의료 확충 인력 기준 마련 △주4일제 도입 △병원 노동자 및 환자단체·시민사회단체·지역 대표 전문가 등 참여의 장 확대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설립 △기초자치단체 중심 사회·제도적 돌봄 정책 강화(간병 돌봄 국가 책임제·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전 의료기관 확대) △초기업 산별교섭 및 사회적 대화 활성화 등이다.
앞서 1부에서, 권 대선후보는 무상 돌봄·무상 간병 서비스를 실시해야 함을 주장했다. 권 대선후보는 “(보건의료노조의) 4대 분야 10대 과제 37개 세부과제를 살폈는데, 대체로 민노당이 추구하는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적극적 지지의 뜻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9.2노정합의 재가동 △공공의료 확충 인력 기준 마련 △주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공악발표 이후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 담당한 안건을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토론 참여자 및 각 선정 안건은 △나영명 정책연구원장(직종별 인력기준)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주4일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산별교섭·노동) △김창훈 부산대 의대 교수(공공의대·공공의료)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간호간병 및 돌봄) △이주호 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노정합의·거버넌스)이다. 좌장은 김용석 이사장이 맡았다.
나 정책연구원장은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는 약 95~100만명으로, 5200만 국민의 건강·생명을 담당하는 특수한 영역의 노동이기 때문에 특별히 접근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분야 노동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수익 저하 △환자 안전 사고 발생 △숙련된 인원 부족 등 연쇄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보건의료 분야를 투자 대비 효율로 접근하는 비용효율적 경쟁체제로부터 비롯되며, 현행 법상 모호하게 제정된 인력 기준을 법적·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휴무가 없는 병원의 특성 상 3교대 기준 4.5일제의 운영이 어려움을 짚었다. 김 이사장은 영국과 아이슬란드 등 보건의료 분야 주4일제를 도입 또는 시험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노·사·정 전문가 TF팀을 구성해 대선에 맞추어 상반기 시범사업을 도입하고 하반기에 사업을 확대적용 할 것을 제안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헌법 상 존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조항은 3개뿐이며, 그중 하나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미적용된다는 맹점을 짚고, 연관 법률의 개정 및 근로자성에 기반한 법 체계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노동기본권과 교섭권을 보건의료 인력 지원법에 명시적으로 기재하되, 정책으로 입안하기 위해서는 경기 침체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원청과 하청간 계약 시 고용책임을 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제2조는 노사관계상 사용자를 직접 고용주체로 삼고 있어 하청 기업 및 플랫폼에 소속된 노동자는 원청과 플랫폼을 상대로 교섭할 수 없다.
김창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미래의 도전·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체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 분야 및 복지 등을 포함한 전문성 있는 부처가 없는 것과, 정신보건 전담 병원 부재 및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짚으며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역량과 기관이 확보될 때까지 중앙조직이 전체를 아울러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해야 한다), 재산 등을 투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짚었다.
김진현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 돌입·저출생으로 인한 간호·간병 및 돌봄 체제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제도적인 해결법이 미비해 간병비(가계부채·건강보험 사회안전망 기능 저하)·간병살인 등 부차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진현 교수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수도권·상급종합병원 규제 등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다각도로 부족하며, 공공요양시설 등을 포함해 지자체·국가 소유 공공기관 중심 의료 요양 교육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주호 선임연구원은 “이제는 노동 존중, 친노동 대통령을 넘어 노동 연대 대통령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선임연구원은 현재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9.2노정합의 이행합의체 재가동을 짚으며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노동조합 지도자가 대통령을 자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공의료기관의 수익 저하로 인한 운영 건전성을 비롯해,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해 의료 인력 수급 추계 과정에서의 의협 등 의사계 참여 방안·가능성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한서연 국립암센터 지부장은 “자립 갱생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설 등이 하나도 뒷받침되지 않아 환자들이 사립대나 기업 병원으로 몰리게 되고 필수 의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 의원은 이에 대해 “공공기관의 재정 지원이 정부도 있긴 하지만 제도화돼 있지 않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강은미 선대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의대 정원 확대가 논의될 당시에는 의사 파업으로 문재인 정부가 물러섰었다”며 “적정한 규모로 증원했으면 의사들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되지 않았나”, “국민들도 (의대 정원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고 있어 좀 더 힘있게 (증원 규모를 고려해) 밀어붙인다면 의료 개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모든 토론이 종료되고,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녹록지 않은 정세에 우리가 바랐던 것이 그냥 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그만큼 보건의료노조의 역할이 절실하다 여긴다”며 “장장 2년 반 넘도록 의정갈등이 계속되며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 환자들은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인 노조만 바라보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해 환경을 바꿔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