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협상, 환산지수 차등적용, 전공의 수련 등 현안 의료정책 관련 질의
이벤트성 질문으로 가벼운 분위기 조성···기존 후보자 토론회들과 차이점 마련
‘2025년 증원 받고, 2026년엔 1500명 감원. 수용하겠나?’ 후보자들의 답변은?
서울시의사회가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합동토론회를 개최해 의료대란 사태와 의료정책 등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생각과 향후 대응 방안을 물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지하 1층)에서는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가 주최하는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5명(기호 1번 김택우 후보, 기호 2번 강희경 후보, 기호 3번 주수호 후보, 기호 4번 이동욱 후보, 기호 5번 최안나 후보)과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김주경 위원을 비롯해 강동구의사회 조성래 회장, 동대문구의사회 임민식 회장, 송파구의사회 임현선 회장 등 많은 회원이 참석했다.
1부 토론회는 김강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좌장으로, △후보자 출마의 변 △후보자 지정 토론 △후보자 간 상호 토론이 진행됐다.
후보자 지정 토론은 ①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및 수가 협상의 문제점과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대한 대응책 ②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방안과 전공의들의 의협 참여 유도 및 의견 반영 방안 ③비급여 및 실손보험 진료 억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생각 등 총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이날 지정 토론 질문에 있어 각 후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①번 질문에서는 건정심 및 수가 협상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으며, 환산지수 차등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법 개정, 의료계 내부의 선제적 논의를 통한 결정 등이 제시됐다.
②번 질문에서 후보들은 전공의가 수련자가 아닌 근로자로 대우받는 불합리한 수련 환경을 가장 먼저 문제로 꼽았으며, 이와 함께 전공의의 개선 방향으로 법적 책임 면책, 수련평가위원회(수평위)의 독립성 보장 등을 언급했다.
젊은 의사의 의협 참여 유도 방안에 대해서는 김택우 후보가 협회비 인하와 소통을 위한 의협 내 환경 조성, 의대생 준회원 제도 도입을, 최안나 후보가 ‘젊은 의사 정책 자문단’ 확대와 의무상관 후보생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③번 질문에서는 비급여에 대한 정부의 호도와 저수가 체제 등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독점을 지적하며, 동시에 비급여 및 실손보험 억제에 대해서는 급여보장률 향상을 위한 국가의 책임(해결책 제시)이 동반돼야 함을 강조했다.
토론자 간 상호 토론에서는 최안나 후보를 지정한 김택우 후보와 지정을 하지 않은 주수호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강희경·이동욱·최안나 후보)가 김택우 후보를 지목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2부 토론회는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좌장으로, △자신의 단점과 상대 후보자의 장점 말하기 △블라인드 질문 △O.X 답변 등 다소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울시의사회는 ‘후보자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시 구절 낭독’, ‘후보자가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 부르기’ 등 이벤트성 질문들을 통해 토론회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후보들의 색다른 이면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중 가장 주목할 점은 O.X 퀴즈에서 나왔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나 국회가 2025학년도 의정원 증원을 받아들이면 2026학년도 정원을 증원된 만큼 줄여 주겠다고 할 경우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후보자들의 생각을 물었다.
이 경우 2025년 의대 정원을 4500명으로 하는 현 정책을 강행하는 대신 2026년에는 기존 약 3000명에서 1500명을 감원해 1500명만 선발한다는 가정이다.
이에 대해 김택우·강희경·주수호 후보는 ‘X’를, 이동욱·최안나 후보는 ‘O’를 선택하며 의견이 나눴다.
‘X’를 선택한 후보들은 당장 내년부터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택우 후보는 “지금 현재 3000명에 1500명이 더해지고, 유급 인원까지 합쳐 7500명이 된다. 2026년도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그 상태로 10년, 20년 갈 것 아닌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강희경 후보 역시 “이미 7500명이기 때문에 2026년도 정원은 0명에서 500명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500명도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주수호 후보도 “앞의 두 분과 의견이 같다. 전체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2024학년도에 3000명이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도(2025년도)에 4500명을 뽑으면 수업 자체가 안 된다”며 “그래서 2025년도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고, 2026년도부터 뽑되 늘어난 1500명을 한꺼번에 줄이기는 어려우니 300명씩 5개년에 걸쳐 줄이거나 500명씩 3년에 걸쳐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O’를 선택한 후보들은 이러한 제안이 정부의 정책 실패 인정 및 의료계와의 논의를 위한 태도 변화라고 봤다.
이동욱 후보는 이미 올해 입시가 끝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내년도 정원 감원을 제안하는 것이 “정부에서도 반성을 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로서는 굉장히 굴욕적이면서 최선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돌아가는 것(복귀)도 중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벌어진 일은 “무리한 교육 등 여러 부작용은 많겠지만, 정부가 그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 전체적으로 이 사태를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안나 후보도 “제 원칙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같이 논의하는 자세로 정부가 사과하고 입장을 바꾸면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이어 “(정원을) 1500명으로 줄인다는 제안 자체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원이) 2026년도 5월 전에 결정돼야 하기 떄문에 시간이 없다. 시급히 의료가 정상화되고, 후배들의 피해를 줄이고, 전체적인 의대 교육의 파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바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보들은 이러한 결정이 전공의·의대생을 포함한 회원들과의 논의를 통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시작에 앞서 황규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2월 6일 이후 의료계는 10개월 15일째 계엄 상태에 있다”며, 후보자들을 향해 “당선이 되면 바로 행동으로 보여달라. 그래서 3월에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떠한 결과물이더라도 만들어 달라. 그런 책임감으로 활동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미애 의장은 격려사에서 “태평성대에도 어려운 자리인데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용기 내어 의협회장에 입후보한 다섯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선거는 모든 과정이 정의롭고 공정하고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회원들과 언론,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최고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나 인기 영합적인 발언, 감정적 이슈로 인해 현실적인 감각을 잃지 않도록 유권자들 또한 강한 책임감과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오늘의 토론회가 우리 의료계의 앞날에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더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풍부한 기회가 될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