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최초 단일공 로봇수술 500례 달성
아시아 태평양 최초 단일공 로봇수술 500례 달성
  • 남궁예슬 기자
  • 승인 2024.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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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 국내 로봇수술 새 지평 열어
생후 18개월 환자부터 전립선암까지, 단일공 로봇수술의 진화
“숫자보다 중요한 것, 안전한 치료법과 새로운 접근 방식 모색할 것”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가 아시아 태평양 최초로 단일공 비뇨기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하며 국내 로봇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단일공 로봇수술은 단 하나의 구멍을 통해 기구와 카메라를 삽입해 진행되는 최소 침습적 수술법으로, 흉터와 통증을 줄이고 회복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최신 의료기술이다. 이 기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국내 의료기술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홍 교수는 지난달 25일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단일공 로봇수술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비롯해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 기술적 도전 과제, 그리고 미래 의료 기술의 전망을 상세히 공유했다.

■ 단일공 로봇수술: 비뇨기과의 새로운 표준

홍 교수는 2018년 단일공 로봇수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이 기술을 통해 비뇨기과 수술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켜왔다. 기존 멀티포트 로봇수술은 여러 개의 구멍을 통해 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단일공 로봇수술은 단 하나의 작은 절개를 통해 진행되며, 좁은 공간에 위치한 비뇨기 장기를 더 정밀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단일공 로봇수술은 비뇨기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특히 전립선암과 신장암 수술에서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좁은 골반이나 후복막 등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다룰 때 탁월한 효율성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단일공 로봇수술의 발전은 단순히 수술의 효율성을 넘어 비뇨기과의 병원 내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봇수술이 도입되기 전 비뇨기과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수술을 위주로 진행하는 과로 인식됐으나, 로봇수술의 보편화 이후 메이저 수술과로 자리 잡았다. 홍 교수는 “로봇수술이 비뇨기과를 기술적으로 선도적인 분야로 격상시켰다”고 강조했다.

■ 기억에 남는 환자: 생후 18개월 신장암 아기

홍 교수는 500례 기록 중에서도 생후 18개월 신장암 환자 사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수술로 꼽았다. 아기는 양쪽 신장에 종양이 있었고, 특히 한쪽 종양이 신장 크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술은 종양을 제거하면서 신장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홍 교수는 “어린 환자를 수술할 때는 경험이 많은 나조차도 떨리는 마음이었다”며 “정밀한 단일공 로봇수술로 한쪽 신장은 부분 절제에 성공했고, 반대쪽 신장도 약물치료와 협진을 통해 기능을 살리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전립선암 수술과 단일공 기술의 결합

홍 교수는 단일공 로봇수술이 전립선암 수술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찌우스 보존 방식(Retzius-sparing)의 전립선암 수술은 요실금 등 부작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방식은 방광과 전립선을 둘러싼 조직을 보존한 채 후방에서 접근하는 고난도 기술로, 수술 후 한 달 만에 요실금이 90% 이상 개선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전립선암 수술은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와 수술 시야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특히 단일공 로봇으로 이 방식을 구현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라고 말했다.

■ 세계 수준의 로봇수술 기술,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

홍 교수는 한국의 로봇수술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하며, 특히 손기술과 술기에 있어서는 미국이나 일본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봇수술 장비의 국산화와 의료진 교육을 위한 산학 협력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술로봇 시장에서 다빈치가 20년 이상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국내 로봇 수술기 개발에도 정부와 의료계, 기업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술 시뮬레이션과 3D 모델링 기술이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진정한 인공지능 로봇수술로의 도약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치료법 연구와 글로벌 교류를 향한 비전

홍 교수는 숫자로 기록되는 성과보다 환자 안전과 새로운 치료 접근법 개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설립한 ‘비뇨기 단일공 로봇 연구회’를 통해 단일공 로봇수술의 장점과 효용성을 알리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학술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단일공 로봇수술의 가능성과 한국 의료의 세계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홍 교수는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과 방법론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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