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취약계층·해외봉사 주력하다 최근엔 질병 예방 중점···“국민에게 믿음줘야”
선한의료포럼은 지난 2008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쪽방촌’ 거주민, 노숙자와 노약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위해 의료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한 해외 파병 국가들의 참전 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한 의료봉사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제28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3년 지역의사회 최초로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을 설립하고, 퇴임 이후엔 ‘의료봉사 활동’에 온몸을 다바쳐 매진하며 남은 여생도 힘이 닿는 대로 계속해서 봉사하겠다고 밝힌 박한성 선한의료포럼 이사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선한의료포럼에 대한 소개와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지난 2000년 의약분업사태로 당시 모든 의사들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돈만 아는 의사’라고 지탄을 받았을 때 의사들이 국민과 더욱 밀접하게 소통하고 다가가는 방법은 ‘의료봉사’가 최적이라고 생각하여 지난 2008년 선한의료센터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정치색과 종교색을 모두 제외하자는 취지에서 선한의료포럼으로 개칭했는데 어느덧 16년째 왕성하게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독거노인과 노숙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료봉사에 집중하다가 최근에는 해외의료봉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의사회와 MOU를 맺고 필리핀에서 의료취약지 주민들과 6.25 참전용사 및 그 후손들을 위한 의료봉사도 다녀왔습니다. 6.25 참전국인 필리핀에서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겐 꿈이었고 그의 실현이라서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국내 봉사를 진행할 때 많은 지역의사회가 잘 협조해줘서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들이 도와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가끔씩 호응이 좋지 않을 때가 있는데, 선한의료포럼의 설립 취지가 ‘의사들과 국민의 소통’과 ‘신뢰회복’이라는 점을 되새기며 잘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6.25 참전용사와 후손들에 대한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된 취지는?
A. 저는 우리나라가 너무 좋고 자랑스럽습니다. 현재의 발전된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6.25 전쟁 때 우리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젊은 피를 쏟으며 싸워 준 참전국가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참전국들을 마땅히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우선 우리가 갖고 있는 의료지식을 갖고 도와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셔서 현재는 소수의 참전용사뿐만 아니라 그 후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참전용사의 후손 중에서 학업에 열의가 있고 대한민국에서 공부해서 자국에 돌아가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학생들을 선택해 국내 우수 대학에서 전액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당장 현재도 필리핀 현지 의대에 입학하려는 참전용사 후손이 한 명 있어서 이 학생이 국내로 유학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연세대, 보훈처 등 관련 기관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Q. 지난 8월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영상의학과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꽤 많았는데 다른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의뢰서를 써 주면서 이분들이 우리가 돌아간 다음에 제대로 검사받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기를 기도할 때입니다.
필리핀은 미국식 의료보험제도입니다. 그래서 수가가 너무 비싸서 온전한 치료를 못받을 가능성이 높아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하게 돼 유능한 재활의학치료와 꼼꼼하고 친절한 가정의학과 선생님 덕분에 현지 주민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
Q. 의사가 되신 이유가 의료봉사를 위해서라고 들었는데요?
A.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슈바이처 박사의 전기를 읽고 “반드시 의사가 돼서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당시 공부를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니었지만 일단 연세의대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왜냐하면 연세대가 저의 종교인 ‘기독교’ 계열 학교이고 마침 당시 12살 많은 외사촌 형님도 연세의대에 재학 중이셨기 때문이죠. ‘의료봉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때로는 한 시간 넘게 걸으며 “쓰임을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의대 졸업 이후엔 의료봉사를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 외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했지만 이후 사정이 있어 다시 피부과 수련을 받게 됐죠. 가정의학과를 지망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부과 의원을 개원한 이후에도 호흡기내과 수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모두 의료 봉사를 위해서였죠. 지금도 의료봉사를 하다 보면 내·외과의 필요성을 느끼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봉사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Q. 의료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어떤 생각으로 임하시나요?
A. 우리가 봉사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으며 즐거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봉사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삶을 같이 누리고 싶어서입니다. 두 번째는 국민에게 먼저 다가서서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국민과 의사 간의 믿음이 치료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Q. 최근에 주력하시는 의료봉사활동이 있다면?
A. 최근에는 진료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시키는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음파, 임상병리, 심전도, 골밀도 등 영상의학과 검사도 많이 하고 있고, 우울증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질병 예방을 위해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의료계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의료계 원로로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요즘 세대의 젊은 의사들은 우리 때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 땐 ‘고통’받으며 수련받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워라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그래서 노력에 비해 보상이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지 않는 것인데, 정부가 이러한 젊은 세대의 특성을 무시하고 ‘낙수효과’를 노려 무조건 의사 숫자부터 늘리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편으론 의료계 내부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게 큰 문제입니다. 개원의, 의대교수, 전공의, 봉직의 등 다양한 의사 직역 간 소통이 되지 않아 단일대오를 갖추고 정부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각 직역의 이해관계가 다른 점을 정부가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계의 의견을 내려면 우선 각 직역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소통하고 합의안을 만들어야지 각자의 이득만 따지면 통합이 되지 않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맏형이 되고 대한의학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형제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수가를 하루빨리 개선하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진료했지만 결과가 잘못됐을 때 모든 법적 책임을 정부가 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합니다.
또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의사가 돼야 합니다. 제가 하는 활동들이 결국 모두 이것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의사 직역을 떠나 단일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