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떨림 사라져 환자 일상 회복 지켜보는 게 큰 기쁨”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정위기능 신경외과 수술센터를 안암병원에 설립해 환자분들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
뇌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질병들을 고치는 정위기능 신경외과학의 세계적 리더로 손꼽히는 장진우 교수<사진>가 올해부터 고려대안암병원에 새 둥지를 틀고 세계적인 수술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안암병원은 올해 내 첨단 초음파 뇌수술센터(Center for Innovative Functional Neurosurgery)를 개소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초음파 뇌수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세계 최초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에 성공했고, 국내 최초로 뇌심부자극술을 도입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으로 재임했다.
파킨슨병, 수전증 등 운동장애 질환과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에도 초음파 뇌수술을 도입하며 명성을 쌓아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의임에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아 최근에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도파민 세포치료제를 연구하는 등 정위기능 신경외과학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위기능 신경외과학은 신체의 떨림과 같은 외부 증상이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정신질환 증상 완화에도 활용된다. 대표적 치료법에는 뇌심부자극술, 미세혈관감압술 등이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장진우 교수가 지난 2000년 국내에 처음 들여와 지금까지 1500례 이상 집도했다. 뇌 깊은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문제가 있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는 이 수술은 파킨슨병을 비롯한 신경계 질환 증상 완화와 강박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 등 뇌신경 기능 이상에 대한 미세혈관감압수술과 고주파열응고수술도 5000례 이상 집도했다. 미세혈관감압수술은 혈관의 압박에 의한 뇌 신경 이상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귀 뒤쪽을 약간 절개한 후 뇌간의 안면신경 또는 삼차 신경에 달라붙은 혈관을 분리해 의료용 스펀지를 끼워 넣어 증상을 치료한다. 정확한 지점을 찾기 위해서는 MRI, 근전도검사 등을 복합하여 안면신경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주파열응고수술은 고주파 열에너지를 이용해 과도하게 흥분된 뇌 신경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주로 삼차신경통 치료에 사용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약 10%에서 발현되는 진전증은 신체 일부가 떨리는 증상이다. 20대 환자도 종종 발생한다. 안면 등 발생 부위에 따라 경련증이라 부르기도 하며 머리 떨림이나 손 떨림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손 떨림이 심할 경우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숟가락 들기와 같은 일상적 행동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진전증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약물만으로 어렵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장진우 교수는 지난 2011년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초음파 에너지를 강하게 집중시켜 신경회로의 이상 부위를 열로 응고시키거나 변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수술법이다. 수술 중 MRI시스템을 보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정밀도와 안전성이 높고 뇌심부자극 수술에 비해 간단하다. 개두술을 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적고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은 2000년대 이후 컴퓨터공학과 영상 장비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발전됐다. 장 교수는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WSSFN)의 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0년 초음파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회사 인사이텍과 공동연구를 통해 초음파 뇌수술의 실용화를 연구했다. 연구과정에서 동양인 두개골의 특성을 밝혀내며 이를 바탕으로 수전증 초음파 뇌수술 가이드라인을 개발했고 이는 현재도 세계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진우 교수는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해 주는 약물만 존재하지만 장진우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리한 도파민 세포 치료제를 전기 수술 장치를 통해 뇌에 주입해 도파민 세포를 활성화하는 기법으로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이 성공하면 내년 3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치료초음파 재단(FUS foundation)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초음파 뇌수술을 뇌암과 치매, 중독치료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초음파를 통해 뇌혈관 장벽을 열어 치매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을 넣는 치료법, 한국인들에게 효과적인 필로폰 중독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진우 교수는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이어 왔다. 아시아태평양뇌치료초음파학회를 창설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대한치료초음파뇌수술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국제복원신경외과학회 회장 및 상임이사,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사무총장, 재무이사, 부회장,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세계신경외과학회 학술지, 국제신경조절학회 학술지,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 학회 학술지의 편집위원,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대한뇌신경장애연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의료계 발전을 견인해 왔다.
장진우 교수는 전형적인 워커홀릭(workaholic)으로 알려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정년을 마칠 때까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골프도 치지 않고 병원에 나와 일을 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사냐고 묻는 이들에게 “그저 저는 일이 좋다”고 늘 이야기한다.
“수술 후 ‘이제는 짜장면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겠다’고 하시던 어르신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저에겐 치료 후 떨림이 사라져 환자분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제 큰 기쁨입니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도 이 기쁨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