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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도입 앞서 적정한 수가체계 마련 필요”
“원격의료 도입 앞서 적정한 수가체계 마련 필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02.10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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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 원격의료연구회, 도입 가능성 높은 분야·질환 점검
코로나 사태 이후 내과·이비인후과 중심 원격진료 급증
환자 만족도 높아···대상 환자 선정·대면진료 연계 등 필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등 국내에서도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이 높은 의료 분야와 질환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서 주목된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 도입에 앞서 대상 환자군의 적절한 선택은 물론, 대면진료와의 연계 구축, 적정한 수가 마련 등 제반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STRG)는 최근 다섯 번째 세미나를 열고 ‘원격의료가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이 높은 분야와 질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세미나에서는 서울시의사회 유진목·이세라 부회장, 최상철·오승재·맹우재·이재만·김철 이사 등이 발표자로 나서 내과와 외과부터 정신과, 정형·통증, 피부·성형 진료과에 이르기까지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며 ‘적정한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고혈압·당뇨 환자, 처방·지속성 측면에서 ‘효과’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의료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2020년 2월 2만4727명에 불과하던 원격진료 환자 수는 지난해 1월 159만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1월 기준으로도 누적 352만명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원격의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까지 생겨나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감염 방지는 물론, 병원 내원·대기 시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매력에 원격진료를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STRG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과와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원격진료 서비스가 급증했다. 특히, 내과는 전화상담·처방을 실시한 의과 진료 중 비대면 진료를 가장 많이 한 진료과목(61%)으로 꼽혔다. 

그동안 원격진료는 내과를 중심으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이뤄져왔는데, 그 결과 치료나 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철 내과전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중 1개 질환을 동반한 환자 247명을 대상으로 ‘복합 만성 질환 모니터링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평균 당화혈색소(HbA1c) 변화량은 시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0.36% 감소했다. 복약순응도도 시험군은 0.39±0.94점 증가, 대조군은 0.04±0.73점 증가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치료 만족도와 서비스 만족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6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이 발표한 제1형 소아 당뇨 환자에 대한 의료 ICT 시스템 활용 연구에서도 ‘소아 당뇨 환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생성된 데이터의 통합적 분석을 통해 적정한 인슐린 주사 시간과 인슐린 주사량을 찾아냄으로써 저혈당 쇼크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심혈관질환 원격모니터링에서도 최근 2년간 CIED에 미리 설정된 셋팅 값에 따라 환자에게 부정맥·심부전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바로 알람이 의사와 환자에게 자동으로 통보돼 조기 진단과 빠른 처치가 가능했다. 즉, 원격모니터링을 받은 환자군이 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임상적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심평원이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전화상담 처방) 시행에 따른 효과’를 소개하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모두 ‘전화처방’ 이후 약 처방 일수가 10.9일 늘었고, 처방 지속성도 증가했다”며 “전화처방을 받은 고혈압 환자는 입원 및 응급진료 경험 비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서는 입원 및 응급의료서비스 경험에 대한 뚜렷한 정책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내과적 질환에 전화 상담 및 처방이 의미가 있다는 연구였다”며 “원격진료가 진행될 것을 대비해,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정책이 뒷받침 되도록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의사회 주도’ 시행 필요···“원격의료 적정수가 마련돼야”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을 발표한 최상철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스카이프 등 ‘원격화상’ 방식을 통해 정신치료는 물론, 환자의 개인 심리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의 각 주(州)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약 90%가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연구원은 “전화 통화를 이용한 정신치료는 비교적 긍정적”이라면서도 “치료 도중 다른 일을 하거나 주의가 산만해 질 수도 있고, 화면을 통해 감정적으로 서로 교류하기가 어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전화상담·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참여한 진료과목으로는 내과(60.2%)가 가장 많았고, 신경과(6.0%)와 정신건강의학과(4.8%)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의 면담치료 영역에도 원격의료가 들어온 것이다.

특히 최 연구원은 정신과의 원격진료 비율이 높아진 만큼 ‘수가’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현행 정신요법료 규정상 지지요법의 경우 정신장애 해소·경감 목적으로 10분당 1만4341원의 수가가 인정되며, 하루 최대 48명만 환자를 볼 수 있다. 집중요법의 경우 수가가 2만7324원으로 정해져있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는 실질적으로 차등수가제를 적용받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저평가된 수가체계에다 치료 횟수마저 제한돼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수가 구조가 아닌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최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원격진료가 도입될 경우 현재 보험수가체계 개선을 통한 정신과 수가 대폭 인상과 함께 향정 의약품 처방 제한, 초진 환자 및 지역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무부가 관리하는 교정시설이나 도서지역 등 특수상황의 경우 ‘특별관리 수가’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정시설 등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재택치료와 같이 전격적인 수가 조정이 이뤄진다면 원격의료 수요와 공급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부·성형 파트를 발표한 맹우재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피부·성형진료에도 원격진료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 및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진단 및 처방의 정확성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맹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피부과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등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질환에 대한 처방이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이다. 성형외과의 경우 대면 진료 전 상담이나 진료 후 케어 등에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의사회 주도로 의사와 환자를 위한 안전 장치를 고안하고, 적정한 수가 체계를 전략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통증 파트를 발표한 이재만 연구원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중증질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기능 저하 상태로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재택진료를 원하는 ‘중증환자’ 및 ‘만성질환 환자’ 즉, Homebound patient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대면진료에서는 없었던 법적 문제나 진료내용 녹음 유출, 환자진료 대기·지연을 유연하게 대처 못하는 문제점, 진료비 수납, 약 처방, 환자 평가 제한, 진료 내용 전달의 한계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전문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 도입 추진에 앞서, 대상 환자군의 적절한 선택과 대면진료와의 연계 구축, 적정한 수가, 전용 기기·플렛폼 등의 제반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22년 CES (국제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Abbott 의 CEO가 역사상 처음으로 박람회 기조연설을 통해 COVID-19 신속항원검사 키트 개발 및 Lingo 라는 혈당, 케톤체, 젖산, 알코올등의 혈중농도를 측정 데이터화 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발표를 언급하며 "원격의료 뿐만 아니라 연관된 원격헬스산업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 회원들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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