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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격의료 도입 논의,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기고] 원격의료 도입 논의,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21.09.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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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간사(정책이사)
누가·누구에게·언제·무엇을·어떻게···구체적 정리 필요
의료계, 무조건 거부 아닌 '적극적 대처' 필요···장·단점 파악이 선행과제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행위만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비대면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원격의료 도입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진료의 편리성만 앞세우면 자칫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들의 원격의료 도입 요구도 높아지는 만큼,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 입장만 고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원격의료의 개념과 장단점부터 관련 문제점이나 의료계가 대비해야 할 사항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향후 설문조사와 3차 원격의료 연구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① 원격의료의 개념과 장·단점
② 원격의료는 해야 하는가?
③ 원격의료는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6월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 자리에서 기업과 정부가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는 규제 챌린지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보건의료 관련 과제들로는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이 있었다. 외국보다 과도한 규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어느 정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시간을 두고 꾸준한 노력으로 서로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환자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의료계-IT기업 간의 지속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의료계와 사전 의견조율도 없었던 것은 원격의료의 올바른 정착에 있어 의료계가 매우 우려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이해 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 부재 해결은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Seoul Medical Association-Telemedicine Research Group, SMA-TMRG) 1차 모임에서 공표했듯이 원격의료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구성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원격의료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형태로 시범사업이 시행되어 왔고, 최근 COVID-19 병원 내 감염 확산의 방지를 위한 한시적 전화진료 허용으로 마치 원격의료가 우리 의료현실에 잘 정착되어 간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개념과 인식 견해의 차이, 법제화, 안정성, 임상적 유용성 등의 문제를 비롯해서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는 너무나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IT 기술의 세계적 수준을 인정하면서도 원격의료의 인프라가 과연 잘 갖추어져 있는가 등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한다.

동시에 환자 진료의 편의성이 대두되는 미래의 의료는 크게는 의료에서 헬스케어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4P(Precision, Preventive, Participatory, Predictive)로 특징지어지는 의료는 모든 자료가 빅데이터화되고, 의료의 대상이 질병치료에서 질병의 예방과 건강관리로, 의료의 주체는 의사중심에서 환자·고객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며, 의료기관 이용에서도 플랫폼 이용이 증가할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 안정성 등을 이유로 시대적 흐름인 원격의료에 거부 입장으로 일관하기보다는, 환자 편의적 측면도 세심히 고려하고, 현재 의료 체계의 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사회적 합의의 주체가 되어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노력 중 하나는 원격의료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어떠한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지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격의료의 개념과 구성요소, 유형, 필요성과 문제점, 원격의료를 위한 환경 및 조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격의료의 단면만을 보고 찬성・반대하게 되면 논쟁만 심해질 뿐이다.

원격의료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원격의료의 공통적 3가지 요소를 포함해서 ⑴ 원거리에 있는 의료수요자[의사(의료인) 혹은 환자]와 의료 공급자 사이에 ⑵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⑶ 의료정보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원격의료는 환자-의사 사이에 의사의 전문성을 기초로, 진료 및 환자 모니터링, 판독, 자문, 수술, 재활 등 기존의 의료행위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발전하게 된 의료의 진보된 한 부분이며, 미래에는 더 폭넓은 의미의 헬스케어의 영역에서 정의될 것이다.

원격의료 유형은 학자나 기관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행위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유형화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원격의료 제공 서비스에 따라 유형화되는 경향이 있고, 국내 일부 학자와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 진단 과목에 따라 유형화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원격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법적인 정의인데, 현재 의료법상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어 실제 환자 진료에 이용하는데 있어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현재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 원격진료라는 표현보다는 스마트 헬스케어(ubiquitous, electrical, mobile–health 등), 스마트 진료, 비대면 진료, 버추얼 케어등 다양한 관련 용어들이 혼돈되어 쓰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정의를 조금 더 구체화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라는 관점에서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누가(개원의사, 대학병원 의사, 원격의료 자격 소지자, AI 의사), 누구에게(만성질환 환자, 감염질환 환자, 격오지 환자, 지역 환자), 언제(초진/재진, 판데믹 상황, 의료재난 상황), 무엇을(진단 및 처방, 교육 및 상담, 내원 안내, 단순 모니터링), 어떻게(문자, 음성전화, 화상전화, 인공지능)라는 5가지 관점에서 다양하면서도 구체적 정의가 가능하며, 이는 의협·정부·기업 등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 거버넌스 내에서 좀 더 자세하게 소통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그 절차상의 여러 문제가 남아있으나, 다가올 미래는 사회 전반의 플랫폼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의료계에서도 원격의료를 세심하고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원격의료의 정의와 개념을 살펴보고, 현재까지 원격의료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원격의료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의 과제를 알게 해준다.

원격의료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은 장점에 대한 고찰은 외국문헌에 많고, 단점에 대한 고찰은 국내에 더 많은데, 이는 원격의료를 실행함에 있어 국가 간 각기 다른 의료환경과 문화를 나타내며, 현재 우리나라 원격의료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원격의료는 환자, 정부, 의료진, 관련 산업계 입장에서 각기 몇 가지 장점을 갖는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짐은 물론, 벽오지나 교도소·선박 등의 특수지역의 환자, 이동이 어려운 환자, 응급상황에서 시공간적 제약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의료비용의 절감, 의료취약 지역·계층의 의료복지 증진과 인구집단에서의 질병·건강 관리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정보를 공유하여 치료의 연속성을 높여주고, 의료전문가 간의 지식 공유를 도울 수 있다. 관련 산업계에서는 모든 데이터의 디지털화로 인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의 정의가 각기 다르게 내려지고 있고, 그 정의에 따른 다양한 모델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합의 부재로 원격의료는 그 실행에 있어 매우 어려움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원격의료의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격의료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격의료에 대한 근거 부족과 오진 등의 가능성으로 환자의 안정성이 매우 우려된다는 것이며, 둘째, 의료의 집중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 의료·건강 관련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원격의료 자체의 단점이 아니라 원격의료와 관련한 제도적 과제도 아직 많다. 이에 대해 SMA-TMRG는 추후 계속해서 Ⅱ. 원격의료는 해야 하는가?, Ⅲ. 원격의료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의료계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원격의료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이제 더 이상의 소극적이고 거부하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을 알고 의료의 미래를 멀리 내다보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COVID-19 사태로 물꼬가 트인 원격의료에 대해 우리 의사들은 환자 편의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하는 동시에 전문성과 과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환자의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이해당사자 간 거버넌스에서 서로 입장 차에 대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서로의 소통을 위해 원격의료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 이해하는 것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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