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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격의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혁명"
[기고] "원격의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혁명"
  • 의사신문
  • 승인 2021.10.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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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주·박상협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연구원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열풍···미래의료 변화 예측
안전·건강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 구축해야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행위만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비대면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원격의료 도입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진료의 편리성만 앞세우면 자칫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민들의 원격의료 도입 요구도 높아지는 만큼,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 입장만 고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원격의료의 개념과 장단점부터 관련 문제점이나 의료계가 대비해야 할 사항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향후 설문조사와 3차 원격의료 연구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① 원격의료의 개념과 장·단점
② 원격의료는 해야 하는가?
③ 원격의료는 무엇이 문제인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아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수많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도 ‘원격의료’를 향한 움직임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다수의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서연주·박상협 연구원
△서연주·박상협 연구원

정부의 입장도 ‘원격의료’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다. 현행 의료법(제34조 제1항)상 원격의료는 ‘의료인 간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 지식 및 기술 전달로 제한된 상황이나, 2020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1호 과제로 상정된 ‘재외국민상 비대면 진료 및 상담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되었고, 2020년 12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및 제4차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코로나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등 규제 완화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 또한 마찬가지다. 원격의료 허용에 대한 국민적 수요 확인과 더불어, 최근 국회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효과성 분석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9월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부정맥 재진환자에 대해 의원급의 관찰, 상담 등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듯 ‘원격의료’는 대한민국의 의료 환경에서조차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이자 혁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차원의 디지털 기술 혁신 앞에서 더 이상은 의사들이 ‘원격의료는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반대 근거와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동안은 ‘환자 안전’과 ‘대면진료의 원칙’을 바탕으로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쓰나미처럼 몰려들 디지털 혁신에 대비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시대적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식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 워크숍을 개최하여 디지털 의료 환경과 의료 데이터, 메타버스 등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으며, 서울시의사회에서도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를 창립하고 원격의료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거버넌스 구성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 ‘올바른’ 원격의료의 도입이라 할 수 있을까.

단순한 원칙을 세워보자면,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환자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환자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기술은 단호히 쳐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 원격 모니터링과,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양한 헬스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 차원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가장 최근 폭발적인 열풍을 몰고 온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영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세계와 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현실의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를 활용해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가 병원 및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파고들고 있는 이유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의료지식을 전달하고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와 의료인 양성 교육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치매 진단 및 예방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시니어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나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환자 혹은 영상을 통한 실습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수련의인 필자의 경험을 곁들이자면, ‘내과 전문의 1명을 양성하는데, 환자 100명의 목숨이 필요하다’고 일컬어지는 현재의 수련 환경은 환자 안전 보장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의료인 양성 및 수련 환경을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으로 개선하는데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세대 분리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입원하는 만성질환 환자들, 특히 노인들의 치료비용과 이로 야기되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식습관과 운동습관에 대한 인식변화와 선행 교육이 필수적이다. ‘5분 진료’로 일컬어지는 각박한 대한민국 진료환경에서 충분한 환자 교육을 병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만약 기술혁신과 메타버스 환경을 활용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인 양성뿐만 아니라, 시공간이 병의원으로 한정된 현재의 진료 시스템을 초월하고, 실생활에 접목 가능한 환자 교육 및 치료 환경 구축을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효과적인 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우리 의료인들이 과거처럼 디지털 기술과 원격의료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휩싸이기 보다는, 시대적 흐름과 변화를 충분히 습득하여 보다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으면 좋겠다. ‘수동적인 팔로워’ 보다는 ‘적극적인 개척자’가 세상을 더욱 선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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