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학회 “모든 마취업무 중단사태 발생해선 안 돼”
마취과학회 “모든 마취업무 중단사태 발생해선 안 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1.09.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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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의사의 양심상 명백한 불법인 간호사 마취 허락할 수 없어
마취과 의사 6800명, 마취간호사 200명···의사부족? 전문의 늘리면 돼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를 법률상 그리고 양심상 허락할 수 없다. 모든 마취과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가 오지 않길 바란다.”

김재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고려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16일 ‘마취통증의학회·의협 회원, 그리고 정부 당국자에게 드리는 성명서’를 통해 전문간호사의 마취의료행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또다시 표명하며 이같이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우선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마취과학회가 간호협회 입장과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고 밝혔다. 현재 학회는 마취진료는 전문간호사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간협은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는 이전부터 정부에서 허용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단독이 아닌 의사의 지도를 받아 마취를 하겠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직역이기주의’라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정전문간호사로 활동하는 한인 간호사가 간협을 방문해 “미국 전문간호사는 대개 의사 지도하에 진료하지만 단독처방도 하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도 미국처럼 전문간호사가 활성화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언론에 보도됐다.

이를 두고 김 이사장은 “간호사가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번 시행령에서 전문간호사의 진료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후 간호법을 제정해 최종 완성을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늘어나는 의료비를 낮추고 싶어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겠지만,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는 단독은 물론이고, 의사의 지도나 지시에 의해서도 명백한 불법임이 법률적으로 또 행정적으로 최종 고시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달라고 한 간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의료법에 전문간호사는 전문적인 간호사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되어 있다”며 “간협은 사실과 다른 주장은 하지 말아 달라. 이는 전문지식인인 의사와 간호사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읍소했다. 

현행 법률에 의하면 수술, 전신마취는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며 실명을 밝히고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만약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면 무면허의료행위 교사로 처벌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매번 병원 질 관리, 수련평가, 마취적정성 평가 등 각종 평가 때마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평가받으며 한 사람의 생명이 우주 전체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잘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 학회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단독이건, 의사 지도하의 마취이건 일체의 마취를 법률상 그리고 제 양심상 허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취진료에 도움을 주는 마취전문간호를 통한 전문적인 협력은 언제든지 감사히 생각하지만, 마취전문간호사 자격을 바탕으로 마취통증환자 진료에 나서지는 말아달라”고 밝혔다.

현재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소속된 전문의는 6000여 명,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도 8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마취전문간호사는 2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 간협은 의사부족을 전문간호사로 메우겠다는 입장이며, 정부도 간협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국내 마취 전문의는 마취전문간호사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정부에서 학회 전공의 정원을 조금만 늘려주면 매년 200명, 10년이면 2000~3000명의 전문의를 새로 충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간협은 마취전문간호사가 배출되면 의료소외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기존의 전문간호사 근무지가 어딘지는 여러분 스스로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전문간호사의 대부분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도시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마취통증의학과가 이미 경고한 대로 국내 마취과 전문의들이 마취과 업무를 중단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지난 9일 정부를 향해 “전문간호사 관련 개정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마취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9월 결의사항을 실행해야만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학회 회원과 의협의 회원들에게도 “마취전문간호사의 대리마취는 대리수술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일절 지시하지 말고 혹시 몰랐다면 지금부터라도 중지해 달라”며 “이번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규칙 개정안과 관련된 일련의 소동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잘 판단해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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