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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물량 부족에 政, '의료기관서 알아서 일정 변경 안내해라'
AZ물량 부족에 政, '의료기관서 알아서 일정 변경 안내해라'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6.1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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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의료기관이 먹고 당국은 모르쇠 하는 상황" 분통
LDS 주사기도 구하기 어려워, "의료기관에서 알아서 하게 놔두는 게 나을 지경"
사진 뉴스1
<사진=뉴스1>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당국은 접종 의료기관이 대상자들에게 접종 일정을 조정하게끔 안내하도록 지침을 하달해 의료기관이 항의와 욕설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9일 보건소를 통해 관내 위탁의료기관에 ‘백신 접종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예약자 수가 의료기관에 배정할 물량을 상회한다’며 ‘다인용 백신의 특성상 14~19일 일부 예약자의 접종이 어려울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 3일 마감된 60~74세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자는 556만명 이상으로 전체 대상자의 80.6% 예약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본지가 10일 질병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확인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의 잔여 물량은 9일 기준, 399만 회분이다. 백신 물량부족으로 인한 ‘오버부킹’이 벌어진 상황이다.

이에 추진단은 공문에서 ‘최소잔여형 주사기(LDS 주사기)와 잔여백신을 활용해 18일과 19일 사전예약자들의 접종 일정을 앞당겨 접종하도록 사전에 연락해 희망자 일정을 파악하는 등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14일부터 19일까지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이 이루어지는 백신은 AZ인데, AZ는 한 병을 개봉하면 10명을 접종하는 다인용 백신이며 LDS 주사기를 활용하면 12명까지도 접종이 가능하다. 따라서 LDS 주사기를 활용해 발생한 잔여백신으로 부족한 물량을 메꾸려면 19일과 가까운 날짜에 접종받기로 한 대상자들의 접종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LDS 주사기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 보건소는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면서 “백신도 부족한데 소모품인 주사기까지 수급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할말이 없다, 주사기가 들어오는대로 다시 안내하겠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의료기관이 사전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접종 일정을 갑자기 바꿔야 한다’고 말하게 되니, 불만을 듣는 것은 의료기관의 몫이다. 연일 접종 ‘속도전’을 강조하며 백신 물량에 비해 많은 사전예약자를 받은 것은 정부와 당국인데, 비난의 화살은 접종 의료기관으로 향하는 셈이다.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강서구 소재 이비인후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직원들이 (접종일정 변경을 안내하는) 전화를 안하려고 한다”며 “(대상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욕을 하도 하시니까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접종 의료기관들이 ‘욕받이’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방역 당국이 국민들에게 발표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전화가 오면 협조를 해달라’라고 말해주면 문제가 없는데 아무 얘기도 없는 건 욕은 의료기관이 먹고 당국은 모르쇠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본지는 질병청 대변인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추가적인 공지나 안내 등 당국의 대응 계획이 있는지 문의했고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금천구 소재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차라리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지침을 계속해서 바꿔가며 혼란을 줄 것이라면 지침 없이 접종을 의료기관이 알아서 하게 놔두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모든 의료기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소재 가정의학과의 C원장은 “용산구 (소재 의료기관)는 다음 주 접종 물량까지 받았고 그런 공문이 오지 않았다”며 “아마 용산구는 접종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량이 넉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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