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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의료분쟁, 해답은 휴머니즘에 있다‘
‘늘어가는 의료분쟁, 해답은 휴머니즘에 있다‘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6.0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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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100회 기념, ‘의료윤리를 넘어서’ 강의
환자에게 ‘말 한마디’ 배려하기 위해선 진료환경 개선 필요

최근 가수 보아의 친오빠가 의료진으로부터 병에 관한 설명을 들을 때 ‘싸늘한 말투’에 상처받았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의료계를 비난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환자를 위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휴머니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는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회의실에서 100회 월례 모임을 기념해 ‘의료윤리를 넘어서’를 주제로 한 의견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월례모임에는 박인숙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등 14명이 참여했으며 강의는 맹광호(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예방의학과) 교수가 맡아서 진행했다.

맹 교수는 이날 김나경 교수의 저서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을 인용하며 “환자들이 의료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의료행위 자체에 대한 보상보다 의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보복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분쟁의 대부분은 결국 환자가 의사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아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 맹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의료의 휴머니즘 부재에 대한 반성이 있어왔다”며 “핵심은 의사는 환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 caring(배려), compassionate(동정), ethical responsibilities(윤리적 책임) 등과 같이 여러분들이 그동안 배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맹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현재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강조했다.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도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 분쟁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연평균 11.5%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몇몇 지자체의 광고를 보면 의료분쟁 부서를 설치하고 있다”며 “의료계에서 이러한 실상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맹 교수의 강의가 끝나고 이어진 의견교류 자리에서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표현이 있듯이 같은 내용이라도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말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를 보는 진료환경으로 인해 말 한마디까지 환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상준 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빅5 대형병원의 경우 하루에 150명 이렇게(진료를) 본다”며 “저도 외래를 볼 때 가급적 환자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다 들어드리고 싶지만 밖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10명, 13명 되면 저도 마음이 다급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일일이 다 들어드릴 수 없는 의료환경이 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성수 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은 “충분한 시간과 배려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툭 튀어나올 말도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가 있다”며 의료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도 “미국 의사들을 보면 아이컨텍을 하고 친절한데 그 이유는 (진료)시간이다”라며 “미국의 경우 예약 스케쥴이 30분에 한명 내지 1시간에 한명씩으로 여유있게 잡히니까 좀더 친절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축사차 참석한 이필수 회장은 “의료윤리연구회는 진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10년 9월 출범했다”며 “이후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의료윤리 전반을 고민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우리나라 의료윤리 연구의 지평을 열어온 회원들께 감사하다”고 축사를 전했다.

이 회장은 최근 인천의 한 의료기관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데 대해 자체 진상조사 및 검찰 고발,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요청하는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료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강력한 자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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