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잔여백신, '앱'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이유
잔여백신, '앱'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이유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5.29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기존 대기자명단 소진 후 앱에 잔량 등록하도록 지침 하달
병원에 잔여백신 문의 여전···기존예약 해소 후 앱이용 늘어날 듯
28일 오후 7시 기준 네이버를 통해 조회한 서울시내 잔여백신 수량은 대부분 '0'으로 표시된 상태.

27일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한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이 개통했지만 정작 앱 상의 잔여백신은 대부분 ‘0’으로 표시됐다.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남게 되는 소위 '노쇼' 백신을 손쉽게 접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앱까지 만들어놨지만 정작 '물량'이 확보가 안 된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만 65∼74세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처음 시작된 27일, 잔여백신을 통해 접종을 받은 사람은 약 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중 네이버나 카카오 등 앱을 이용해 접종을 받은 사람은 4229명이었다. 대다수인 나머지 약 5만8000명은 앱을 통하지 않고 접종을 받은 것이다. 

정부가 진작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앱 이용이 이처럼 유명무실했던 이유는 앱 개통 이전에 이미 각 위탁의료기관마다 대기자 명단이 소위 '만석'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잔여백신이 생길 경우 접종할 수 있는 대기자 명단을 각 위탁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관리해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앱을 통한 예약시스템 개통을 앞두고 정부는 각 보건소에 “대기자 명단으로 잔량 커버 가능한 경우 (앱에) 잔여백신 등록은 불필요하다”는 안내메일을 보내 각 의료기관에 공지하도록 했다. 기존에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대기자 명단을 운영했다면 이 명단이 앱보다 예약 우선순위가 되는 셈이다. 

본지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실시 중인 위탁의료기관에 대기자 명단에 포함된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대기자 명단에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120명 가까이 된다”며 “대기자 명단에 올라간 분들을 먼저 접종하고 그래도 남으면 카카오나 네이버에 등록하게끔 (지침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선순위에 밀려 앱에 올라오는 잔여백신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는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돌려 다시금 의료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예약을 부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금천구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B 원장은 “사람들이 앱으로 예약이 안되니까 계속해서 전화를 통해 예약이 되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노쇼' 백신에 대한 '노쇼' 우려도 일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여러 의료기관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그중 한 곳에서 접종을 받은 뒤 다른 예약기관에는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토요일처럼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에 병원에 연락하면 상대적으로 잔여백신을 맞기 쉽다는 팁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B 원장은 “어제도 6명의 대기자에게 전화했는데 5명은 다른 곳에서 다 맞으셨다”고 말했다. A원장도 “대기자 10명에게 전화하면 3~4명 정도만 오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접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 순위 대기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하는 부담은 의료기관의 몫이다.

B원장은 “여러 곳에 예약을 걸어두고 이미 접종을 받았다면 ‘저 맞았으니까 연락 안하셔도 된다’고 한 마디만 얘기해주면 의료기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앱 출시 이전에 걸어놓은 대기자 명단이 소진되면 그 다음부턴 손쉽게 잔여백신 예약이 가능한 앱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