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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어준 방역 위반에 눈감은 서울시, 시민들은 '복장'이 터진다
[기자수첩] 김어준 방역 위반에 눈감은 서울시, 시민들은 '복장'이 터진다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5.2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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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방송인 김어준씨의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마포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마포구청의 결정에 대해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방역수칙 위반 행위 앞에서 발을 빼려는 듯한 서울시의 태도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공언하는 등 방역수칙 위반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인 지난 11일,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명백한’ 방역조치 위반의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5인 이상 사적 모임 현장 등 방역조치가 명백하게 이행되지 않는 경우엔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유명 방송인 김어준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기고 마포구 상암동 소재 카페에서 방송국 직원과 본인을 포함해 7명이 모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확산될 당시 김어준씨 본인도 방송에서 이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 징수권자인 마포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씨의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명인에 대해 공정하지 않은 잣대를 들이댄 지자체에 여론은 분노했고, 결국 지난 3월 ‘서울시가 나서서 마포구의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라’는 민원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24일, 서울시는 “해당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 “감염병 예방법에서 과태료 부과 징수권자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점을 볼 때, (마포구가 하위 단체라 할지라도) 과태료 부과 여부의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애매모호한 사안이라면 서울시의 주장대로 마포구의 재량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만 보더라도 김씨가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누구나 알 수 있다. 

물론 논란이 불거지자 TBS측은 입장문을 통해 “업무상 모임을 했다. 사적 모임은 아니었지만 방역 수칙을 어긴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업무상 모임이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사적인 모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을 '업무상 모임'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모든 직장인들을 상대로 '면죄부'를 만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씨측의 “업무상 모임” 주장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해도 건물 밖에만 나가면 혹여 4명을 초과할까 노심초사하는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세간에 '김어준씨가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언론인이라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 아니냐' '역시 김어준이다, 대한민국 3대 존엄' 같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김씨의 행태가 수많은 '장삼이사' 직장인들의 건전한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밤새 수다 떨고 싶은 마음,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 타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엄격한 유명인사가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서울시는 시민들 사이에서 '복장이 터진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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