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법 폐기된 날 공공의대 설립 선언···서울시의 노림수는?
공공의대법 폐기된 날 공공의대 설립 선언···서울시의 노림수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5.2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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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인수 실패 2년만에 공공의대 설립 카드···박원순 시장이 직접 브리핑
의료계 "코로나 편승해 표 얻으려는 것" 비판에 서울시 "포퓰리즘 정책 아냐"

정부와 여당이 제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추진했던 '공공의대 설립 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가 무산된 직후 서울시가 돌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에 편승해 급조한 포퓰리즘적 정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의료인력 부족 논의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돼 왔다며 이같은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 감염병 대응방안 일환으로 공공의대 설립 제시 

서울시는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준비해온 '서울형 표준방역모델 구축 및 재난대응 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감염병 대응 방안의 하나로 '감염병 대응 및 공공의료서비스를 위한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동시에 기존 의대 체제에서는 확보가 어려운 응급외상이나 감염성질환 역학조사, 호스피스 등 공익성이 강한 특수 분야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추진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사스와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공공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또 공공의료인력 확충 문제는 시대적 요구로,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은 지방정부와의 협력 하에 의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또 다른 지역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여러 지자체와 공동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서울시는 '서울형 표준 방역모델'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 간 28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다만, 여기에는 공공의대 설치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 2년전 서남대의대 인수 고배 마신 서울시, 전북 남원과 유치 경쟁 벌이나 

사실 서울시가 의대 설립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8년 서울시는 전북 남원시의 서남대 의대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서울시는 1000억원을 투자해 서남의대를 서울시립대 산하 의대로 운영하면서 배출된 인력을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12개 시립병원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서남대 이사진들과의 논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의대 인수를 포기했다.

2년 만에 다시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꺼내 든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공공의료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공공의대 설립의 적기이자 시대적 요구이며 시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시장은 “일반 의대나 민간병원은 감염병을 다룰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민간병원이 감염병을 다룰 경우 병원의 감염·오염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울시의 방침은 21대 국회의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 5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밝게 됐다. 하지만 지난 달 치러진 총선을 통해 '공룡' 수준으로 몸집을 키운 거대 여당이 이미 당론으로 정해진 공공의대 확충 문제를 21대 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애초 공공의대 설립 부지로 제시된 전북 남원과 서울시가 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의료계 "공공의료 인력 확충이 아닌, 안정적 직장기반 조성이 핵심"

이처럼 정치권이 마치 공공의대 설립이 기정사실화된 양, 벌써부터 부지 선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의료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틈타 공공의대 유치를 선언한 서울시의 행보에 대해선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이 높다. 서울시가 공공의대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브랜드와 가치를 올리고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선심' 행정으로 이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서울시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의료TF 간사인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특히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을 예로 들면서 서울시의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 이사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의 신분은 3년 계약직으로, 신분이 안정돼 있지 않은데 누가 지원하겠냐”면서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인력 확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성 이사는 또 “우리나라에는 감염병 전문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학병원들이 적자를 보이는 감염내과에 1~2명 정도 밖에 채용하지 않다보니 감염병을 전공하려는 의사 수가 적다”며 “감염병 전문가를 늘리려면 관련 수가를 인상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대안으로 "충분한 보상만 이뤄진다면 민관이 협조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다"며 "의대 수련과정에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를 만들면 된다"고 제안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박원순 시장의 발언에 대해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이 덜 된 발언으로,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준의 발언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대처가 더 뛰어났다"며 "공공의료는 국민에게 어떤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의료 패러다임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논의한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서울시의 공공의대 설립 계획은 2000년 초반부터 논의돼 왔다"며 "코로나19를 통해 공공의료 부분의 의료체계 정립과 주기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편승해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논의 단계로, 다양한 연구와 현장 조사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지자체들과 협의해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며 "일부 외부의 시각처럼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 시 의료원의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측면에서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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