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디지털 치료제’에서 희망을 보다
시범사업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디지털 치료제’에서 희망을 보다
  • 의사신문
  • 승인 2019.12.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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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 흰 가운을 벗고 비상하는 의사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만들어나갈 의료의 미래
강 성 지웰트 주식회사 대표이사연세의대 졸업
강 성 지 웰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연세의대 졸업

‘디지털 치료제(DTx)’란 환자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의 ‘아웃컴’(outcome)이 개선됨을 증명해낸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물질중독 및 마약중독 디지털 치료제인 Pear 사의 ‘reSET’과 ‘reSET-O’를 승인하고 노바티스 사와 협력하여 시장에 출시하도록 하면서 탄생한 새로운 치료의 영역이다.

물질중독 환자는 의사에게 reSET을 처방받아야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부여된 접속코드로 로그인하면 90일 간 치료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치료 프로그램은 인지행동치료 및 생활습관지도와 같은 검증된 치료 모듈이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며 원격지 의사의 개입은 없다. 90일 뒤에는 프로그램이 만료되며, 계속 사용하려면 약처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재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재 웰트 주식회사의 대표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에서 헬스케어-IT 정책을 담당하였으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삼성의 헬스케어전략을 맡아 일한 바 있다.
의과대학 졸업 후 흔치 않은 경험을 하며 지내온 지난 10년 간, 필자는 원격의료부터 인공지능까지 의사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들로 항상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시범사업의 문턱 이상을 넘은 적이 없었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사실이다. 보통은 정부의 기획 하에 기업이 푸쉬하고 의사단체가 우려를 표했을 뿐, 정작 환자는 그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 효과 또한 뚜렷이 검증되지 않은 채 시범사업만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와 기업,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은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 것이 바로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를 도입하면,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와 같이 아웃컴을 정확히 추적할 수 없는 예방수가를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형태로 널리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초기에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질환을 명료하게 표적으로 삼는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출시하여 글로벌 디지털 제약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의사는 검증된 디지털 치료제를 약과 함께 처방할 수 있어 지금껏 무료로 이루어진 상담과 지도에 할애하던 시간도 절약하고, 처방에 대한 수가도 인정받을 수 있다. 환자는 진료와 진료 사이에 검증된 프로그램과 함께 지속적인 맞춤 치료가 가능해지고, 검색사이트 등을 통해 얻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검증된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FDA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함에 있어 하나의 사족을 덧붙였는데, 허가 이후에도 끊임없이 디지털 치료제 사용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기업이 FDA가 정한 범위 안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자발적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대 졸업 → 복지부 공무원 → 대기업 헬스케어 전략 지휘
 ‘약’ 개념 확장하는 새로운 도전…우리나라 의료계 실력이 빛 발할 것

 

인공지능이나 웨어러블,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효과를 개선하고 관련 기술의 발전도 장려할 수 있는 여지를 둔 현명한 결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정부의 선제적 대응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제정돼, 내년 5월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혁신의료기기소프트웨어에 대한 특례(제24조)가 명시되어있다.

FDA가 추진해나가는 방향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나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세부적인 내용들을 채워나가야 하는 숙제가 더 크다.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도 문제이고, 너무 빠르게 진행하여 ‘한국형’ 디지털 치료제로 고립되는 상황도 경계해야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행보를 주시하며 세계 표준과 국내 표준을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가 역사적으로 다른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켰던 속도를 보았을 때, 이 흐름이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빨리 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FDA가 첫 번째로 개발된 디지털 치료제인 reSET을 임상을 통해 검증하여 허가 및 출시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회가 열려있는 시점이고, 우리나라 의료계가 가진 ‘실력’과 ‘속도’에 대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세계에 자랑할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모두 현재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약’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키는 의학의 새로운 도전이다. ‘디지털 역량’과 ‘임상 역량’ 모두 뛰어난 우리나라 의료계의 실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각자의 영역에서 검토하고 도전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시작한 웰트는 국내 디지털 치료제 대표 기업으로서 스마트 벨트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근감소증,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경험을 가장 앞서서 하고 있는 만큼, 웰트의 경험은 아낌없이 우리나라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유할 것이다.

혼자 왔기 때문에 빨리 왔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웰트와 함께 의료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선생님들의 참여와 독려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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