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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일탈은 무죄…“젊은 의사들의 도전, 환영 받아야”
의사의 일탈은 무죄…“젊은 의사들의 도전, 환영 받아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12.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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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흰 가운을 벗고 비상하는 의사들

지금까지 의대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대학병원 교수가 되거나 봉직의나 개원을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의대생들의 관습화된 진로가 다양화 되고 있다.
‘2019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의대생의 44% 가량이 임상외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취재를 하며 만난 젊은 의사들을 통해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단적인 예로 지난 8월 국회에서 개최된 의대생들이 주최한 정책 세미나를 들 수 있겠다.
당시 세미나를 주최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 소모임 ‘ARMS’는 “당장 눈앞의 학업도 중요하지만 국내 보건의료 상황과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책에 관심을 갖고 직접 개선책을 제시해 보자”는 취지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와 메디컬 메버릭스가 공동 주관해 가톨릭대 서울 성의교정에서 열린 진로세미나는 현장 접수자가 넘쳐 애초 참석인원 200명에서 100명 가량이 추가되는 등 젊은 의사들의 뜨거운 열정이 확인됐다.
서울시의사회와 메디컬 메버릭스가 공동 주관해 가톨릭대 서울 성의교정에서 열린 진로세미나는 현장 접수자가 넘쳐 애초 참석인원 200명에서 100명 가량이 추가되는 등 젊은 의사들의 뜨거운 열정이 확인됐다.

이날 ARMS 부원들은 잘못된 의학정보가 넘쳐나는 현실 문제를 바로잡고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에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갖고 와 이를 의사 출신 선배인 신상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ARMS 부원 김유진씨(연대의대 2학년)는 “학교에서 정해진 공부를 하고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임상 이외에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일부 의대생들이 학업 외에 뜻을 두더라도 소수의 일탈로 치부됐다. 자연히 이들 소수 입장에서는 다른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도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처럼 교실 밖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체계화된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메디컬 매버릭스(Medical Mavericks)’는 비(非)임상분야로의 의학전문가 유입을 활성화시키고, 임상분야로 진출하는 학우들에게도 보다 넓은 사회를 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급변하는 미래 의료 환경에 대처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단체다. 이들은 비임상분야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을 멘토로 초청해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진행된 진로세미나를 시작으로, 젊은 의사 포럼, 대한의사협회 학술대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의대생들의 진로다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와 공동 주관해 가톨릭대 서울 성의교정에서 개최한 ‘메디컬 매버릭스 진로세미나’는 현장 접수자가 넘쳐 애초 200명이었던 정원을 100명 가량 늘려야 할 정도로 젊은 의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의대협 설문, 의대생 44%가 ‘임상 외 다양한 분야에 관심’ 답변
 선배 의사들도 응원… “의사가 비임상 진출하면 시너지 배가될 것”

 

최재호 메디컬 매버릭스 회장(차의학전문대학원 본과 2학년)은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과 기술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의전원생이다. 졸업 이후 공학과 의학을 함께 접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의학에 발을 내딛게 된 경우다. 본인 스스로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는 만큼, 졸업 이후엔 개원하는 대신 새로운 분야 진출을 꿈꾸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의대생의 진로는 면허를 취득하고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것으로 국한돼 왔다”며 “현실적으로 학업이 바쁘다보니 예전부터 정해진 길 외부로 눈을 돌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사회가 다변화된 만큼 의사면허를 갖고 있다고 해서 꼭 임상의사로만 꿈을 국한할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교류하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매버릭스를 시작하게 됐고 졸업 이후 공학과 의학을 접목시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해 ARMS.매버릭스에 모두 몸담고 있는 김요섭 핏캐어 대표(연세대학교 의학과 2학년)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임상 이외에 다양한 진로로 나아가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의 도전은 언젠가 환영받아야 한다”며 “의사들은 건강.의료분야 최고 전문가로 임상뿐 아니라 사회 어떤 분야로 나아간다고 해도 그 방면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젊은 의학도들의 움직임에 대해 기성 의료계도 더 이상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예비 의사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매버릭스 세미나 및 의대협 젊은의사포럼 등을 통해 젊은 의사들을 위한 행사를 적극 후원하며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매버릭스 세미나의 경우 서울의사회가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행사를 공동 주관하면서 장소 물색은 물론, 행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

박홍준 회장은 “의사면허 소지자가 비임상 분야로 진출하게 될 때 이들 각각이 의학 전문가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배로 창출될 수 있다”며 “서울시의사회는 변화의 흐름을 적극 수용해 젊은 의사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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