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보험사.가입자)끼리 맺은 계약에 왜 제3자(의료계)가 책임져야 하나
그들(보험사.가입자)끼리 맺은 계약에 왜 제3자(의료계)가 책임져야 하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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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실손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거절 소송사태

실손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제기로 의료계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 민간보험사들이 “허용된 기준을 벗어났다”며 환자에게 지급된 실손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송은 특히 수술이 많은 외과계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맘모톰, 페인 스크램블러, 도수치료,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 ESWT와 관련한 실손보험사들의 소송 제기가 대표적이다.

의료계는 “환자와 보험회사 간에 이뤄진 계약을 놓고 왜 의료계가 두들겨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험 가입자는 훗날 목돈이 들어갈 것에 대비해, 보험사는 당장의 보험료 확보를 위해 서로 계약을 맺어놓고, 막상 돈이 들어갈 때가 되니까 제 3자인 의료계를 물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실손보험, 1999년 처음 출시돼 2008년부터 본격 판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실손보험은 지난 1999년 처음 출시된 이래 지금은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고도 가입자가 3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점을 내세워 어느덧 가입자나 규모 면에서 ‘국민건강보험’에 비견될 정도다.

실손보험은 여타 보험에 비해 보험금액이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구가 간편하고 지급도 신속히 이뤄진다. 요즘은 어느 병원을 가든 진료를 받은 환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병명을 게재해달라’거나 ‘실비 처리가 가능한 치료’를 요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시점을 2008년쯤으로 보고 있다. 여느 보험상품이 그렇듯 판매 초기엔 보험료 수입이 보험금 지급액을 크게 상회하면서 수익이 급격히 증가한다. 문제는 신규 판매가 정체되고 본격적인 지급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특히 실손보험의 경우 수시로 손쉽게 청구가 이뤄지다 보니 최근 들어 지급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사 입장에선 한때의 ‘효자’ 상품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렸다.


 실손보험 가입자 3800만명…소액에 절차 간편해 마구잡이로 청구
 맘모톰.페인스크램블러 등 법적.제도적 허점 노려 공격적으로 소송
 “애초에 시술 못하게 소송 남발하는 것” 의심…결국 환자 피해로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액은 5조12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손해액이 20% 증가했다. 실손보험 손해율도 2017년 121.3%에서 올 상반기 129.1%로 뛰었다. 가입자에게 100원을 보험료로 받아 보험금으로 129.1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실손보험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에 나선 것은 이처럼 손해율이 크게 늘어난 상황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 맘모톰, 소송금액 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손보험금 반환과 관련해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소송은 지난 8월에 제기된 ‘맘모톰’ 시술이다. 보험사들은 “근거 없는 의료행위”라며 자신들이 그동안 의료기관에 지급한 실손보험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소송금액은 1000억 원으로 단일 의료행위와 관련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999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맘모톰은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검사하는 기기였지만, 양성종양 절제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맘모톰은 2016년 정부가 수가체계를 재정비 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근거를 갖추기 위한 ‘신(新)의료기술’ 심사를 받았지만 당시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이는 시술의 안전성 때문이 아닌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보험사들은 이 점을 노렸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시작으로 대학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맘모톰 시술을 했던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페인 스크램블러(Pain scrambler) 관련 소송도 마찬가지다. 페인 스크램블러는 전극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비수술적 통증 치료기기’로, 주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원에서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번엔 “만성이 아닌 ‘급성’ 통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건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는 만성 통증에만 페인 스크램블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만성 통증과 급성 통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경계가 모호한 부분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페인 스크램블러를 사용한 의료기관은 대다수가 보험회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외과의 경우 최근 꼬리뼈 내시경 시술과 추간공의 경우 내시경레이저에 대해서도 ‘허가되지 않은 시술’이라는 이유로 보험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 ‘실컷 팔아치울 땐 언제고’…문제 터지니 의료계 ‘도덕적 해이’로 돌려

‘진료비 반환 소송’과 관련해 민간보험사들은 소비자와 의료진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실손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놓고 이제 와서 손해가 발생하니 자신의 책임을 애꿎은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는 보험회사가 보험상품을 설계하면서 의료계와 함께 기준을 만든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단지 보험가입자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상품을 만들어 놓고, 그에 대한 손해 때문에 의료계가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보험사들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부당 진료비 청구가 의료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마구잡이 소송에 나서게 된 궁극적 목표는 ‘의사가 지레 겁을 먹고 환자에게 관련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은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논란의 요소가 있는 진료 및 치료를 꺼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의료계는 이처럼 계속되는 보험회사의 소송이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사들이 소송 부담 때문에 소극 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들에게 제때 필요한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보험사들이 직면한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손보험의 보장률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사자인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간에 해결할 문제라는 얘기다. 다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금처럼 의료계로 엉뚱한 소송 ‘불똥’이 튈 경우에 대비해 의료계가 전문가적 입장에서 대응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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