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CTV 설치하고 호신용품 사다 놓고··· 안전 사각지대 놓인 개원가 
사설 CCTV 설치하고 호신용품 사다 놓고··· 안전 사각지대 놓인 개원가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10.31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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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대책, 병원급 대책만 나열
"핫라인이라도 놓아달라" 호소에 경찰은 '형평성' 내세우며 난색

진료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의사와 환자 간에 신뢰가 무너지면서 일부 환자들이 진료결과에 앙심을 품고 의사를 폭행하거나 심지어 살인까지 벌이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이렇다 할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보안인력 배치와 비상벨 설치(핫라인) 등이 담긴 매뉴얼을 만들어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재원(財源) 마련은 의료기관의 몫으로 남겨놨다. 

그나마 이상의 대책은 대부분 규모가 큰 병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1~2명이 근무하는 1차 의료기관의 경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위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쟁·마찰 피하려 소극적으로 진료 나서기도

최근 잇따라 벌어지는 환자의 의사 폭행 사건을 지켜보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병원급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의 폭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호신용품까지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에 환자들과의 분쟁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진료 형태를 취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결국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까지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는 "정부가 안전한 진료실을 만들기 위해 '출입구를 2개 만들어라' '청원경찰을 채용하라'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자기 건물이 아닌 곳에 개원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갖출 수 없는 조건"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기준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워 간호사 채용도 어려운 판국에 청원경찰을 채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의원급 의료기관 소속 의사 B씨는 “환자와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 진료와 소신진료’를 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 없이 의료기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원급 의사들 중에는 진료실 책상 옆에 전기충격기나 몽둥이를 놓고 위험에 대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핫라인 설치 요청에 "사설업체 쓰라" 답변···의협 "법제화 선행돼야"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지역 경찰서와의 ‘핫라인’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핫라인 개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C씨는 “최근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의사 폭행사건이 발생해 구의사회 차원에서 경찰에 ‘핫라인’ 구축에 대해 알아본 결과, 타 사업장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하며 사설업체를 쓰라는 답을 들었다”며 “임 교수 사망사건 이후 정부가 ‘핫라인’ 지원책을 내놨지만 무용지물”고 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의협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사 D씨는 "보안업체 표시만 돼 있어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지역 내 경찰서나 파출소 등과 핫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며 "의협과 산하 의사회가 나서 경찰청과 공식 MOU를 맺으면 지역경찰서가 의무적으로 의료기관과의 핫라인 구축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경찰청과의 MOU도 필요하지만 핫라인 설치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다"며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려면 이와 관련한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더 이상 의사에 대한 폭행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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