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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감] 사무장병원 몰라도 특사경엔 찬성?···'아전인수'식 건보공단 설문조사 논란
[2019 국감] 사무장병원 몰라도 특사경엔 찬성?···'아전인수'식 건보공단 설문조사 논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10.1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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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여론조작 의혹 제기돼···응답자 절반 이상이 “보장성 강화 잘했다”는데
장점 나열하고 단점 감춰 유리한 답변유도 지적···현 정부 들어 여론조사비용 급증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 원주 본부에서 열린 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건보공단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대국민 여론조사 방식이 논란이 됐다.

건보공단이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고 유도심문을 하는 등 사실상 여론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공단이 유도질문으로 국민 속여" 지적에 김용익 "국민 소통 위해 여론조사한 것"

이날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공단 김용익 이사장 취임 후 여론조사를 과도하게 실시할 뿐 아니라 유도질문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재인 케어’와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대국민 설문조사가 거론됐다. 건보공단이 유도질문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문 케어’나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공단 ‘특사경’ 부여 등에 대해 찬성하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생산·홍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지난 9월 25일 사무장병원에 대한 대국민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 10명 중 8명,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찬성’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결과는 사무장병원의 신속한 수사를 위한 공단 특사경 부여 찬반에 대한 응답자 결과로 실제로 이 질문에서 ‘대체로 찬성한다’,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이 무려 81.3%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질문에 앞서 ‘사무장병원이 불법적으로 개설된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61.9%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윤 의원은 “사무장병원을 모르는 국민이 61%가 넘는데, 어떻게 사무장병원의 신속한 수사를 위한 공단 특사경 부여에 80% 이상이 찬성할 수 있냐”며 “사실상 국민들을 속이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공단은 지난 6월 19일엔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이 ‘보장성 강화 잘했다’라는 발표를 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질문지를 살펴보면 ‘건강보험의 혜택범위는 넓히고,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만 나열하고, 장기적으로 보험재정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는 등의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4.3%, '매우잘하고 있다'가 19.6%로 긍정적인 응답이 전체 응답의 절반을 넘는 53.9%로 나타났다. 

공단이 이런 아전인수식 여론조사를 현 정부 들어 남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7년간 여론조사 실시내역’ 자료에 따르면 총 사용한 금액이 11억 9079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김 이사장이 이사장에 취임한 2018년부터 2019년 9월까지 1년 9개월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금액이 7억 5608만 원으로, 전체 금액의 63%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고, 요양기관 진료비 지급 업무를 하는 공단에서 일반기업과 같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여론조사가 왜 필요하냐.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이런 여론조사를 누가 지시했고,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은 “여론조사는 전적으로 제 아이디어로 기획된 것"이라며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을 우려했지만 공단으로선 국민과 소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획한 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건보재정 고갈 시 ‘보험료 50% 인상 위험’ 경고

건보재정 고갈 시 보험료가 50%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과거 적립금 고갈로 총 30조 원의 어음을 발행하고 보험료를 약 50% 인상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이날 국감에 앞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공단은 어음을 발행해 23개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30조 4089억 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슷한 기간 보험료율은 지난 2000년 약 2.8%에서 2004년 4.21%로 약 50% 인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올해 건강보험 당기적자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두고 ‘계획된 적자’라며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며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로 인한 재정고갈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은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의료기관들에 요양급여비가 선지급된 적이 있어 추계상 문제가 일부 발생했고 이외에도 국고지원 일몰제 등 여러 문제가 겹쳤다”며 “앞으로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지침을 건강보험공단에 발송하면서 공단을 비롯한 기관에 ‘당기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기관(한전 그룹사, 건보)은 부채관리계획 및 구조조정 노력을 상세히 작성’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1인 1개소법 합헌, 요양급여비용 환수는 불가?···"대체입법 마련 시급"

이날 국감에서는 의료기관 개설 시 1인 1개소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이 났지만 요양급여비용 환수는 불가한 것에 대해 대체입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도 환수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5년여를 끌어오던 1인 1개소 법에 대해 합헌을 결정함에 따라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 및 운영금지 규제(소위 1인 1개소 법)의 법적 당위성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위반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환수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불가한 상황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1인 1개소 법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외에 요양급여비용 환수조치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이러한 불합리함을 시정하기 위해 당장 대체입법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은 “대법원이 비의료인이 개설한 경우와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를 나눠서 판단한 것인데, 두 가지 모두 의료 질을 크게 떨어트릴 수 있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한 사람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소하지 못하게 한 1인 1개소 법은 국민 건강을 위해 법원이 판단한 것이기에 가급적 형량과 징수를 사무장병원과 일치시키는 게 낫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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