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전면급여, 재정·국민설득 없으면 신기루 불과"
[이슈&포커스] "전면급여, 재정·국민설득 없으면 신기루 불과"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9.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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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들, 건보 보장성 강화정책 문제점 지적…비대위 구성 등 '발빠른 대응'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의료계의 우려와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보다 한 발 먼저인 지난 8월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단계적 행동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기동훈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위원 모집 중"이라며 "전국적으로 비대위 조직이 갖춰지면 지역별 오프라인 모임이나 병원 방문 등을 통해 전공의들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보장성 강화 정책의 허와 실에 대한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리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 위원장은 "이를 동력 삼아 토론회 등 전체 회원의 민의를 물을 수 있는 자리나 공론화 자리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조승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문재인케어 TF팀장

이번 정책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의사 생활을 시작하게 될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움직이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9월 초 문재인케어 TF팀을 구성,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학교별 설명회·대담회를 진행 중이다. 현재 가톨릭의대, 서울의대, 연세의대, 을지의대, 인제의대, 충북의대, 한림의대, 한양의대 10여 개 학교가 완료한 상황이다.

또 의대협은 전국 모든 의대, 의전원 학생을 대상으로 의료제도와 문재인 케어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일주일 만에 41개교 학생이 모두 참여, 14개교에서 응답률이 50% 넘었으나 전체 응답률은 저조한 편이다. 기성 의사들보다 정책 체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조승원 의대협 문재인케어 TF팀장은 "우선 의대생은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학교에서도 의료법 등에 대해서만 원론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설문조사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뿐 아니라 현재 의료정책이나 우리나라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인식 조사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번 활동은 소수의 관심 있는 학생이 목소리는 것보다는 다수의 학생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다수의 학생이 관심을 갖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5·10년 후 의사협회의 일원이 돼 함께 현안을 다룰 우리들에게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며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의 방향을 잡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면 급여화, 재정투입 없으면 ‘신기루’에 불과…국민 설득 선행돼야
경직된 건강보험 구조, 의료이용에 맞는 ‘탄력성’ 필요

이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막대한 재정 투입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기동훈 비대위원장은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않느냐. 재정 투입이 없으면 모든 제도는 신기루나 마찬가지”라며 “의료가 결국 관치로 가려면 국민 의료이용에 직접 제재가 들어가야 될텐데 정부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먼저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검사와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고 얘기는 하지 않고 싼 가격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나중에 보장성 강화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화살은 결국 공급자에게 돌아오게 되고 국민과 공급자 사이에서도 불신이 싹틀 것이다. 진료비 걱정은 없을지 모르지만 모두가 적정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안치현 대전협 회장도 “재정이 없으면 실제 유지될 수 없고,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재정 문제에 대한 국민 설득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의료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환자들도 더 많은걸 원한다. 특히 암환자는 치료를 위해 외국까지 나가는 상황이며, 의사도 약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말하는 ‘적정수가’의 기준을 의료인 인건비가 아닌 행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근본문제 해결부터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안 회장은 “적정수가의 ‘적정’ 기준이 의사의 연봉 등이 아닌 그 일의 가치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제대로 된 기구만 있다면 진료 적정성 등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OECD 평균이나 중간값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근본 문제인 저수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과잉진료, 의료이용량 증가 등은 또 다른 문제”라며 “결국 화살은 정부가 아닌 욕하기 쉬운 의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젊은 의사들은 현재 단일 보험자 체제인 건강보험 구조가 좀 더 탄력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동훈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단일 보험자 체제에서 경직된 보험구조를 가지다보니 불만이 생기고 보장성도 낮다. 결국 사보험으로 많이 빠져나가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탄력성 있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내면서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거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A형간염 등의 예방접종 시 건보 혜택을 주는 등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못마땅한 젊은 의사들, ‘내부 의견수렴·외부전문가 초빙’ 제언

학업과 수련에 바쁜 젊은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전면으로 나선 것은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의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실제 의료계가 의약분업 때부터 지금까지 맞닥뜨린 여러 위기 속에서 비상대책위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해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대응을 위해 의협 대의원회는 최근 범의료계를 아우르는 비대위 구성에 돌입했다. 비대위 위원은 위원장 1인을 포함해 40인 이내로 구성하고 지부, 직역 추천뿐 아니라 제도권 밖의 회원 추천 3명도 포함한다. 이중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3명 △대한공보의협의회 1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1명 등 젊은 의사도 일부 있다.

젊은 의사들은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회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비대위가 되기를 당부했다.

기동훈 위원장은 “분열된 의료계가 단합해 정부에게 명확한 요구조건 하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먼저 의약분업 당시 건보 재정 파탄 난 것부터 사과 받고 메르스, 신종플루 등 감염병 사태에 있어 의료인의 헌신과 적극적인 대처에 대해 인정받아야 한다. 또 근 20년간 내과, 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과가 몰락한 것 등에 대해 정부가 국민, 의료계에 사과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돼야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원 팀장은 “학생 입장에서 그동안 의협 집행부를 봐왔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그들과 우리가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의사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의료계의 분열과 의견 대립은 초반 수렴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프레임’을 강조한 젊은 의사들은 의료계 내부를 벗어나 외부 전문가와의 연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동훈 위원장은 “대정부 정책을 상대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의사 회원만 고집하면 필패”라며 “통계, 재정, 홍보, 전략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이전까지 비대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은 의료계 내부에만 매몰됐기 때문이다. 의사는 의료에 있어서만 전문가일 뿐 대국민 정책, 정부 대응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내부 공론화, 정치역량 강화 먼저
“정부는 변하는 조직, 대국민 설득이 중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계가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의료 현장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은 많지 않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련법이나 제도 등도 대전협, 의대협 등 젊은 의사 단체의 집행부를 제외한 전공의, 의대생들에겐 관심 밖의 일일 수 있다.

조승원 의대협 문재인케어 TF팀장은 “첫 번째 목표는 무관심한 학생들이 정책에 관심 갖게 하는 것”이라며 “의협, 대전협에도 우리나라 의료제도나 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회원이 많다.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관심 갖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우리들의 주장과 의견을 모아보려 한다”면서 “의사가 된 뒤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한데 이를 연습하고 준비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의사들의 내부 의견 공유는 물론 정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대전협, 대공협, 의대협 등을 주축으로 한 젊은 의사들의 정치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표만 아닌 모든 회원이 참여해야 한다. 집행부에도 15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전체 회원의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비대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대 학사과정에 의료법과 함께 의료정책도 포함돼야 한다. 졸업하고 배우려고 하면 너무 어렵다. 이슈가 터지면 입장 정리하는데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덧붙였다.

예비 의사들의 눈빛은 정부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다. 5년 마다 바뀌는 정부가 아닌 국민의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승원 팀장은 “정부를 설득한다기보다는 국민에게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학생으로서 의료현실을 알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배운 의학 지식이나 의료 윤리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알리고 정책 개선에 있어 국민이 동조하고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의료제도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SNS에 배포하거나, 전국 의대생이 동시에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여러 아이디어를 모아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설상가상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전공의 파업’ 불사

문재인 케어와 동시에 여야가 모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 발의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함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법에도 강력 대처하기로 정한 상황. 이에 젊은 의사들은 전체 파업체제로 돌아가는 방안도 고려하며 절대 불가방침을 밝혔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무엇보다 국민건강 차원에서 절대 안 될 일”이라며 “이번 대전협 대의원총회에서 결의안건으로 낼 계획인데, 집행부 전체가 파업체제로 돌아가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허용되면 다른 의료기기를 사용한 검사가 안 될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되는데, 젊은 의사로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대전협, 의대협의 비대위와 TF팀이 이처럼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모두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기동훈 위원장은 “대전협 임시총회에서 인준된 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부분이다. 각 병원 대표들과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방의료 급여서비스도 이미 들어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승원 팀장도 “바쁜 본과 학생들로 구성돼 TF팀이 너무 과부화 상태다”이라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관련해서는 따로 TF팀이 꾸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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