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하위기구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탁 수행하고 있는 5개의 전문평가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가입자와 공익대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건정성을 위해 급여 결정구조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료계를 분리하고 임상전문 자문단으로 그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20일 열린 '국민건강보험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책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객관성을 위해 의료 공급자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평가위원회를 건강보험 급여결정위원회와 전문적 자문단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결정위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 및 공익대표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를 뒷바침하는 자문단에 임상전문가를 포함해야 하며, 이해상충이 되는 관계자, 처방권자, 계약당사자 등은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약평위도 전문평가위와 마찬가지로 위원 구성에서 대대적으로 개편이 필요하며, 현재 심평원이 담당하는 약가 경제성평가, 약가협상 등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건정심 및 재정운영위와 연계돼 있고 연간 48조원에 달하는 급여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위원구성이나 합리적 의사결정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김진현 교수는 상대가치위원회를 설치해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상대가치는 행위 간 균형과 재정중립성이 핵심인데, 실제 운영에서는 지켜진 경우가 거의 없고 수가와 동일시돼 환산지수의 결정 이후 상대가치를 다시 인상해 사실상 수가인상의 기전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환산지수의 계약을 담당하는 보험자가 함께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문평가위나 양평위가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자문기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장은 "전문평가위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니다. 약제나 의료행위, 치료재료 급여 전환이나 적정 가격 결정을 위해 자문하는 기구"라며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나 약계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평가위에 임상전문가들은 인력 풀에서 무작위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과장은 "전문평가위에 정부와 공익대표, 가입자대표는 고정위원으로 참여하며, 임상전문가는 80명 수준으로 구성된 인력 풀에서 무작위로 추천해 선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책임성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역시 전문평가위 등 급여결정기구에 임상전문가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황의동 심평원 개발상임이사는 "우리나라는 민간 위주의 공급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전문평가위나 약평위에 의사나 약사 등 공급자 측이 배제된 채 가입자 위주로 개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가입자를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입자 위원수를 적절히 안배 한다든지, 가입자 위원회를 별도 전문기구로 구성한다든지 등의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