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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醫 "비급여 공개기준 헌재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돼"
내과醫 "비급여 공개기준 헌재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1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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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병, 부상병, 주수술과 시술명 공개는 포괄위임·과잉금지 원칙 위반

이달 4일 발표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이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한 것과는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이전 내용과 전혀 다르다. 환자별로 주상병과 부상병, 주수술과 시술명 등의 기본사항과 비급여항목의 유형, 단가, 빈도, 비용에 관한 매우 상세한 내용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며 “이는 2023년 2월 23일에 발표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합헌 판결 근거인 포괄위임금지원칙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12일 성명을 통해 지적했다.

해당 고시는 모든 종별 의료기관이 신고해야 한다. 2024년부터는 1017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비급여항목이 보고 대상에 포함된다. 수진자의 생년, 성별 역시 포함돼 개인식별이 충분히 가능하게 됐다는게 의료계 입장이다.

의료계는 2022년 비급여 보고 의무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당시 헌재는 2021년 발표된 고시를 합헌이라고 판결했지만, 판결문 결정요지에서 “비급여보고가 전체 의료기관 대상이 아니고 주요 비급여만 보고하며 개인식별도 불가능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내과의사회는 “이미 비급여 진료에 대한 사항은 심평원에 해마다 신고, 공개돼 국민들은 언제든지 각 의료기관의 비급여항목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알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 강화’라는 미명하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률적으로 정한 항목과 형식에 맞춰 신고를 강행하는 것은 비급여 진료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꼼수이다”라고 비판했다.

내과의사회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전 국민 단일보험이자, 강제가입제도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비급여 진료는 현재의 단일 강제보험 체제에서 신의료기술이 등장하고, 고가라서 보험적용이 안 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보장 등의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력소이면서 보험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확대 고시를 통해 비급여를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 소비 선택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의료계는 이번 확대 도시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단일 비급여항목의 가격만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드는 질환별 총진료비와 비급여의 비중까지 제출하는 것을 꼽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정보를 과도하게 그리고 한곳에 집중적으로 확보하다가 생길 수 있는 해킹의 위험성, 인적 사항이나 진료 정보의 유출 문제도 배제되지 않는다.

이번 고시를 통해 의료기관은 기존에 시행하던 비급여행위를 공단이 만든 표준화된 코드와 매칭한 후에 등록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들에 새로운 업무 부담도 지운다.

내과의사회는 “일부 비급여의 문제를 모든 비급여관리로 확대하는 것 자체가 경제 주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이고 행정력의 낭비”라며 “만약 특정 비급여항목의 관리가 필요하다면 그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의료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과의사회는 “건보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저부담, 저수가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비급여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한참 잘못됐다”며 “국가 단일보험의 체제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급여행위에 대한 통제와 감시로 국민의 의료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 발전을 저해하는 현실에서 비급여 진료마저 복지부, 심평원의 통제도 모자라 공단이 감시 감독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강압 행정이자 국민의 건강추구권을 뒷걸음치게 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급여 보고제도 확대 고시는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핑계로 정부 주도의 의료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의사의 진료권을 철저히 제한하는 방편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고 기존 합헌 판결 근거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순적 정책”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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