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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68회 시행하고 암 발견 못한 한의사···14일 파기환송심 판결
초음파 68회 시행하고 암 발견 못한 한의사···14일 파기환송심 판결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9.1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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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회장 "판결 어떻게 나오든 의료계는 사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
황성일 교수 "전공의 때 최소 1300회 요구되는 초음파기, 한의과대학은 2시간?"

오는 14일 한의사 초음파 사용관련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가 재판부의 신중한 판결을 요청했다.

의협은 11일 오전 서울 이촌동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선 대법원 판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한의학적 이론이나 원리 응용 또는 적용을 하는지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내세웠다. 대법원은 세부 사항 중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제작됐으며, 의사만이 독점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의협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필수 회장은 “현대 의과의료기기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는 단순히 방사선의 유무와 범용성 대중성, 기술적 안정성 등 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보건위생상 심각한 부작용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정확한 진단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오진으로 인해 환자의 질병 발견 및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의료행위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환자로서는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거나 늦게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질병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고, 이후 피고 한의사에게 가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나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며 침과 한약 등 한방치료를 받았으나, 2012년 7월에 산부인과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에 덩어리 소견을 진단 받고, 보라매 병원으로 전원돼 조직검사 등을 통해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으며 불거졌다.

의협은 체계적인 학습 및 실습이 없는 한의사들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해 수십회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도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의 시기를 놓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의사들은 한의과대학에서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교육하므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한의과대학은) 영상의학 전문의를 전공한 교수진을 두지 않고 3학년 1학기, 2학기 단 2시간의 이론 교육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A한의대를 예로 들었다.

황성일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영상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만 따져보면 최소 1300회 초음파를 직접 시행해야 한다. 실제적으로는 훨씬 많이 한다. 개인이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의 감독 하에 시행된다. 그런 이후에야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칠 자격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체계적 이론 및 실습과정 없이 진단용 초음파기기의 사용은 국민의 보건위생상 크나큰 위해를 가져올 것이다. 이와 달리 서양의학에서는 의과대학에부터 의료현장까지 체계적으로 교육 및 실습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다”며 “몇 년 동안 몇 시간만의 교육으로 의과 의료 장비를 다룬다면 많은 오진으로 인해 환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한의사들의 의료행위 중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의협은 “초음파 진단기기는 대법원의 판단처럼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하는 기기가 아니라 1차적으로 환자의 건강 및 질병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료기기이다.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 아닌 1차적 검사에서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의료기기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초음파 기기를 전통의학분야에서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못박았다.

한의사단체들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방에서 직접적 진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을 오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협은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서로의 기반을 달리하며 발전했다. 대법원의 판단처럼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판단했을 때, 현대의과영역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은 그 기술이 어떻게 한의학적 근거에 맞게 적용이 되는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가 어떻든 의료계는 사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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