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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醫, 중증정신질환자 입원 국가 적극 개입 요청
정신건강醫, 중증정신질환자 입원 국가 적극 개입 요청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8.1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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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화 정책으로 환자들 조기 치료 못 받고 범죄자로 전락
가족에 의한 입원은 한계에 봉착···사회경제·가족 관계 타격
'국민안심입원제'도입해 입원 과정 행정 조력 국가가 나서야
지난 2018년 12월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에게 피살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2018년 12월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에게 피살된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의사회, 회장 김동욱)가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탈원화 정책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회 도처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 입원에 국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16일 '중증정신질환 치료제도의 개선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며 “재활과 거주 등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탈원화 정책은 그 취지와는 달리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제안한 국민안심입원제도와 국민안심치료제도의 정착을 위한 3대 내용을 지지하며 의사회도 추가 내용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폐지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신보건의 현장과 현실의 문제들,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한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 정비를 국가가 서두를 것 △중증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시행 필요를 주장했다.

앞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 정찬승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지난 11일 종편 언론 인터뷰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시적기의 치료를 받지 못해 일부 중증정신질환자들이 환각 등의 증상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라며 “(중략)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입원시켜야 하는 '비자의 입원(환자의 자의에 반하는 입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들어 신림역,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을 비롯해 과거에도 발생했던 안인득 사건,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 등으로 인해 중증정신질환자의 돌발행동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예를 참고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사법입원제'가 환자를 범죄자로 취급할 오해가 있다며 이를 '국민안심입원제도'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학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폐지되어야 하며, 국가에 의한 국민안심입원제도로 대체 △국가는 국민안심입원제도를 포함한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와 법을 정비 △환자 이송과 정신응급체계를 제대로 확대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성명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입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가족관계가 더 이상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한한 부양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보호의무자로서의 가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입퇴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간의 갈등은 지지체계의 붕괴를 낳고, 이는 정신질환의 지속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전체 병상수가 급감하면서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병원이나 응급실을 수소문하는 일도, 대기 장소에서 환자의 이상 행동을 막아내는 일도, 퇴원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환자를 설득하는 일도 가족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다”라며 “이런 환경에서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신체적, 정서적 위험에 처하거나 환자 돌봄을 위해 자신의 생계나 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환자의 적절한 조기 치료 역시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탈원화 정책에 대해 “인권 보호와 병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성급하게 시행되었던 제도들로 인한 급격한 치료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정신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제도는 목적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비판했다.

환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조기의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이뤄지면, 급성기의 증상이 입원과 약물 치료 등으로 완화되며 환자 스스로도 병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자발적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 의사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탈원화 정책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됐기 때문에 '인권'을 표방해 도입한 정책이 인권 유린을 낳았다는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의사회는 정신응급체계의 조속한 구축도 당부했다. 의사회는 “자타해 위험이 확인돼야 이송과 입원이 가능한 현재의 제도는 입원 치료가 정신 증상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한계와 모순을 가진다”면서 “실제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범죄 피의자가 되어 수감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그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환자들은 더 큰 편견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퇴원 과정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 행정적, 절차적 조력을 제공해야 하며, 이송 및 입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의사회는 “더 이상 국가는 정신질환자 돌봄과 치료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말고 그 발견과 이송, 재활과 거주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에 정신 보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법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하기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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