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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 간호법 저지 활약상 기획-①] "출범 80일만에 결국 대통령 거부권 이끌어 내"
[의협 비대위 간호법 저지 활약상 기획-①] "출범 80일만에 결국 대통령 거부권 이끌어 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5.23 09: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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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집회 주도하며 민주당 압박 거세게 몰아붙여
토크콘서트·신문·방송 넘나들며 대국민 홍보전 적극 개진
朴 위원장 '4일 단식-65일 철야 농성' 하며 비대위 진두지휘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으로 13개 직역 단일대오 유지 평가
지난 16일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발동되자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이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있다.
지난 16일 간호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발동되자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이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16일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지난 2월 간호법·의사면허박탈법 저지 박명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킨지 80일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간호법은 국회로 돌려보내졌지만 다시 재의결 절차가 남았다. 그러나 재의 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부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비대위의 투쟁 목표였던 대통령 거부권 도출이 달성된 것을 넘어, 실질적인 법안 폐기가 목전에 다다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2월 9일 간호법 본 회의 직회부가 결정되며 본격적인 비대위 설립 논의가 시작됐다. 의협 집행부 차원에서의 투쟁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범 의료계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3인의 후보가 비대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23일 “분골쇄신해 법안을 저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을 결선투표 끝에 68%의 지지율을 보내며 사령탑에 앉혔다. 26일에는 공식적인 비대위 출범식을 가졌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의사회 단계에서의 간호법 저지 투쟁을 이끌어왔다. 국회 복지위는 전체회의에서 2022년 5월 17일 간호법을 통과시켰다. 박 위원장은 20일 서울시의사회원들을 총동원하여 민주당사 앞 궐기대회를 지휘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의료계 최초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강력한 투쟁력과 끈기를 지닌 박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13개 직역(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을 하나로 묶은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보의연)는 빠르게 투쟁 대오를 갖춰나갔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의사회장으로 일하며 탄탄히 다져놓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국 16개 시도지회를 참여시키는 인선을 단행했다. 구체적인 투쟁 방안은 범 의료계 투쟁을 통해 대국민·국회·정부에 간호법 반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비대위의 투쟁 일정은 빠듯하게 돌아갔다. 3월 중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상됐었지만 민주당의 정략적인 움직임으로 간호법 상정이 4월 국회로 넘어가며 투쟁 기간 역시 자연스레 연장됐다. 비대위와 보의연이 진행한 크고 작은 집회만 14회에 달한다.

보건의료직역 5만여명이 몰리며 비대위 출범식이 열린 2월 26일 여의도 광장 집회를 시작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민주당사 앞에서 산발적인 집회가 이후 일정에도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3월 13일부터 국회 앞 천막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부터 시작된 박 위원장의 철야는 이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으로 옮겨지며 장장 65일간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범 의료계 투쟁을 이끄는 입장에서 투쟁의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의협회관 1층을 대통령 거부권이 나오는 날까지 지켰다. 같은 달 20일부터 4일간 단식 투쟁도 병행했다. 국회 본회의가 열렸던 23일에도 박 위원장은 비대위 집회를 국회 앞에서 이끌며 민주당에 총선심판 경고를 가하기도 했다. 30일에는 “13직역 연대 총파업” 가능성이 처음 대두댔다.

4월초인 2일부터 박 위원장은 휴일을 반납하고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긴급소집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가두행진을 이끌었다. 민주당이 간호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통과가 임박해짐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대관 홍보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4일에는 여당 국회의원들을 만나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의 부당함을 알리는 행보를 진행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장, 강기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이종성, 서정숙 복지위원, 엄태영 의원 등을 만나 특정 직역만을 위한 '특혜법' 제정의 문제점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입법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범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결국 당정 중재안 도출로 이어졌다.

대국민 홍보전 역시 전개됐다. 비대위는 4월 11일 오후 서울 보신각 공원 앞에서 '입법정의 수호를 위한 서울 시민의 밤'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전에 TV출연 패널로 널리 알려진 서민 단국대 교수와 한진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그리고 시민단체 한국미래회의의 박준모 위원 등이 섭외됐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간호법 제정 이후 개정을 통한 무한 확장성에 대한 위험성이 지적됐다. '지역돌봄'이라는 문구에는 간호사만의 새로운 사업 모델 형성을 통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내포됐다는 사실이 소개된 것이다. 국가의 보건의료 인프라가 개편되는 중대한 사안에 국민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문제점도 언급됐다. 토크콘서트는 서울 도심의 야경을 배경으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입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민들에게 쉽게 전달했다. 또 의사 회원들로 이뤄진 밴드의 공연으로 시민 친화적 콘서트를 진행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16일에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범 의료직역 2만여명이 참여한 도심 집회가 비대위 기획으로 열렸다. 소수직역 대표자들의 목소리를 비롯해 젊은 학생들의 애절한 외침까지 모두 반영한 이날 집회는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끝으로 대국민 홍보전의 절정을 장식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의 가장 큰 지지세력이 바로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보의연의 단결대오를 믿고, 끝까지 강경 투쟁해나갈 것을 굳게 결의하자”라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23일 열린 제77차 정기총회에서 원래 이날을 기한으로 출범했던 비대위를 연장하는데 찬성 154표 기권 1표 반대 0표로 합의했다. 박 위원장의 투쟁 리더십에 의료계 중진들이 압도적인 재신임을 보낸 것이다.

국회 본회의가 다시 하루 앞으로 다가왔던 26일, 비대위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또 한번 '총선심판'을 부르짖었다. 약소직역의 생존권 무시에 대한 반발, 3년여 코로나19 감염병 극복 헌신의 배신에 대한 분노가 분출됐다. 며칠전 정부·여당이 중재안까지 마련했지만 간호협회와 민주당은 거절의사를 표시했다.

조문숙 비대위 투쟁위원(노원구의사회장)은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자신들의 선거에 도움되는 표를 얻는데 국민 세금을 낭비하려 하고 있다”며 민주당 '표(票)퓰리즘'에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결국 27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간호법을 통과 시켰다. 박 위원장은 28일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보의연은 마지막 저지선인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위 역량을 용산으로 집중시켰다. 박 위원장도 국회와 민주당사 앞에서 진행하던 1인 시위 장소를 5월부터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옮겼다.

보의연은 간호조무사 직군을 필두로 '연가 투쟁(부분 파업)' 방식을 도입했다. 1차 연가 투쟁이 진행된 3일 간무사 1000여명이 여의도로 집결했다. 집회 측 추산 3000여명이 모였다. 비대위는 연가 투쟁에서 범 의료계 약소직역들을 조명하는데 치중했다. 투쟁의 본질인 의료 직역간의 존중과 화합을 위해 음지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9일째 단식 중이던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눈물로 '간무사 학력제한 조항' 삭제를 호소했다.

2차 연가 투쟁이 열린 11일에는 집회 측 추산 5000여명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였다. 이날은 의료계 각 직역이 오전·오후 등 특정 시간대를 선택한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 공백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 의료계의 고심이 엿보였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지지한다. 다만, 전체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대화를 호소했다. 범 의료계는 이날 '2024년 총선기획단'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15일 공식 출범식을 가진 총선기획단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상생과 소통을 도모하는 '8대 정책'을 발표했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으로 시작된 범 의료계의 연대가 향후 항구적인 의료계의 정치참여 기구로 재탄생했다.

총선기획단은 '합리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과 '필수의료 인프라 개선 대안 제시', '의료 각 직역의 전문성 존중 풍토 확립'을 천명했다.

비대위 차원의 기동성 있는 게릴라전도 전개됐다. 8일 저녁, 9일 아침, 15일 저녁, 재의 요구권이 발동된 16일 오전에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위한 비대위 집회가 용산에서 열렸다. 결국 이날 점심 무렵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초래하며, 간호 업무의 탈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13개 직역이 하나로 뭉쳐 의료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데 따른 값진 승리였다.

비대위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지만 그때마다 도와주신 회원분들께 감사하다”라며 “2000년대부터 의료계에 발을 담갔는데, 절반의 성공이지만 처음으로 승리감을 느낀 귀한 경험이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비대위 총무를 수행한 김철 투쟁위원(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은 “박 위원장께서 의협 집행부를 존중하며 행동 반경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기존에 있던 보의연 기획위원회의 활동을 수용하시며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라며 “끝까지 보의연 단일대오를 유지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박 위원장은 회원들의 무관심과 부족한 지원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단식 및 철야농성으로 본인의 희생을 결정했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고 나갔다”라며 “조금씩 분위기가 반전됐고 일반회원들과 각과 의사회의 투쟁성금이 답지하며 대국민 신문광고도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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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2023-05-23 16:02:22
새로운 투쟁 방향을 제시한 향후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한 비대위 활동이었습니다.

정의의사도 2023-05-23 09:50:45
비대위외 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