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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료현장 그야말로 아수라장···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전공의 "의료현장 그야말로 아수라장···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 조은 기자
  • 승인 2021.12.09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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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기자회견, 한계 도달한 코로나 의료현장..인력부족·의료체계 마비
여한솔 전공의협의회장 "젊은의사의 간곡한 목소리 외면하지 말아달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 병상포화에 따른 의료체계 마비로 무고한 국민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망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며 병동의 한계 상황을 방치하는 보건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협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 계획은 의료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치료받을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어떤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다. 그 결과 병상포화, 인력부족, 의료체계 마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지난 11월 1일 “일 확진자 수가 1만 명에 이르더라도, 비상계획을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체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로 본다”는 중대본의 발언에 “서울 경기권은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이 한 자리도 남아있지 않음에도 당국은 병상이 아직도 여유가 있다고 호도하는 것.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사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반박했다. 

여한솔 회장은 “어떠한 시스템으로 쏟아지는 확진자를 분류·전담병원으로 이송하고, 코로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중환자가 구급차량에 실려와 오갈 데 없이 떠도는 상황에 대처할 것인가”라며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 의료현장을 고려했다면 확진자가 300시간 넘도록 응급실에 체류하거나, 재택격리자가 의식 저하·심정지로 이송된 후 사망에 이르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K-방역이라며 언론 앞에 온갖 생색은 내지만, 정작 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혼란의 책임은 의료현장 일선으로 떠미는 보건당국에 배신감을 느낀다. 젊은 의료진의 피땀과 생명을 갈아넣고 ‘덕분에’란 한마디로 우리의 희생을 욕보이지 말아달라”고 토로했다.  

서연주 수련이사는 “최근 경기도에서 격리병상을 찾지 못해 병원 40곳에 요청했다가 41번째가 돼서야 전원된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심근경색, 의식 저하, 뇌출혈, 뇌경색 등 일반 응급환자들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구급차에서 떠도는 신세가 됐다. 인프라와 병상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한나 수련이사도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1∼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다. 자가격리 상태에서 호흡부전 등으로 119에 신고했는데 병상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다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택치료, 환자 중증병원 이송시스템 확보가 관건”

재택환자를 중증병원으로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연주 수련이사는 “재택치료 환자 상태 악화 시 중증병원으로 즉시 입원시키는 시스템 자체가 미비하다. 서울시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재택치료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증환자 이송과 병상, 중증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재택치료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저질환이 한 개라도 있거나 70세 이상 고령환자의 경우, 증상이 늦게 나타날뿐더러 증상 발현 2~3일 이내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임계점에 넘어가 버리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고 전담 병상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한솔 회장도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의 해결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채 위드코로나가 이행된 것이 문제”라며 “중증환자에 대한 논의가 선행됐을 때 이완율은 낮출 수 없더라도 사망률은 낮출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갈 곳 없는 일반 중증환자, 인프라 확충해야”

코로나19 진료로 인해 일반 중증환자 관리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연주 수련이사는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중환자가 들어왔을 때 입원 병상을 찾아야 하는데, 행정명령으로 인해 일반 중환자실이 굉장히 축소돼 갈 곳이 없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중 어느 환자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지경이다”고 설명했다. 

박한나 수련이사는 “환자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투석기나 에크모 같은 중증환자에 필요한 기기들도 부족하다. 어느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지, 먼저 오는 환자를 받을지 중증도에 따라 받을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을 직면한다”며 “일부에서는 60대 이상에 에크모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다. 어떠한 체계도 없이 환자를 잃어야 하는 상황이 처참하다”고 토로했다. 

여한솔 회장은 “오죽하면 아플 것 같으면 미리 코로나 음성결과지를 소지하고 있으라는 말까지 나왔겠느냐”며 “음성결과지가 없으면 의료현장에 들어오기도 어렵다. 의료인력과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603조 예산 중 코로나 사태에 지원되는 비용은 얼마인지 복지부에 되묻고 싶다”며 “대한민국 정부부처, 여야 국회의원, 나아가 2022년 대선을 앞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등 대한민국을 움직일 힘을 가진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생사의 현장에서 환자와 함께하는 젊은의사의 간곡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확진자 분류 및 전담병원 이송시스템 △중증환자 관리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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