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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PA 양성화 시동··· 의료계 내부 반발 확산(종합 2보)
서울대병원, PA 양성화 시동··· 의료계 내부 반발 확산(종합 2보)
  • 김광주 기자
  • 승인 2021.05.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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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PA간호사 명칭 바꿔 '진료과'로 이관 추진에
병의협·대전협 등 규탄 성명···의협 20일 대표자회의 개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사진=뉴스1>

최근 서울대병원이 현행법상 불법인 PA(의사보조인력)를 제도화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PA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당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서울대병원에 "불법적인 PA 합법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PA 간호사들의 명칭을 CPN(Clinical Practice Nurse·임상전담간호사)로 바꾸고 이들 소속 또한 간호본부에서 진료과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졌던 PA에 의한 의료행위를 사실상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PA에 의한 의료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선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PA가 부족한 전공의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8개 대학병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병원에서 활동 중인 PA 간호사 수는 71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22기 집행부 연구팀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전국 약 1만50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자료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수련기관이 무면허불법보조인력(PA)을 운용한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이 7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PA로 인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PA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낀 비중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약 25%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PA 합법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에 PA 제도화에 나선 서울대병원의 경우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은 가급적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PA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국가가 관리한다면 환자와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의료계 내부 논의를 통해 합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이란 단서를 달았음에도 서울대병원이 ‘PA 합법화를 위해 총대를 메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며 논란이 됐었다. 이번엔 병원 차원에서 PA 제도화에 나선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7일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이 이같은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의료계에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불법 PA 의료행위는 의료인 면허체계의 붕괴, 의료의 질 저하, 의료분쟁 발생시 법적 책임의 문제,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 봉직의사의  일자리 감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높기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체 의료계의 모범이 되고 정도를 걸어야 마땅한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불법을 자행하고 이를 뻔뻔하게도 공식화시키는 모습을 보면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얼마나 왜곡돼 있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서울대병원측에 불법적인 PA 합법화 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특히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의협측에 김 원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해줄 것을 요청했다. 

18일에는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이 입장문을 통해 “불법으로 규정된 PA를 법 규정도 없이 앞장서 제도화를 밀어붙이는 불법적 행위는 서울대병원이 나서서는 안 될 역할”이라며 "불법으로 규정된 PA를 법 개정도 없이 앞장서서 제도화를 밀어붙이는 불법적 행위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특히 전문적인 양성 과정을 거치는 일부 외국의 PA 제도와 국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개협은 “외국에서 인정되는 PA는 정규대학과정과 이후 수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자격으로서 해당 국가의 특수한 사정에 따른 제도”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형병원이 손쉽게 이익 극대화를 위해 행해진 독버섯과 같은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지역의사회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며 서울대병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이 자명하다”며 PA 합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전라남도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국립대병원이 보건복지부의 묵인 하에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공공연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PA문제 해결의 본질은 그들의 역할과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로 대표되는 의사인력 부족”이라며 서울대병원을 향해 “대학병원의 근본적인 존재이유를 잊어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PA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음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장의 발언은 소통과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 행보”라며 “한 사람의 병원장이 단독으로 결정내릴 만한 무게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또한 PA 양성화가 전공의들의 수련 교육 기회를 침해하고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의 근본을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개 병원장의 독단적 결정에 앞서 범의료계를 포괄하는 전향적인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료계 대표단체로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의협 입장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20일 이필수 회장을 비롯해 대한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보의협의회 등 산하 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내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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