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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0·20대 편중된 피라미드형 헌혈 구조···고령화 맞물려 '헌혈절벽' 불가피
[기획] 10·20대 편중된 피라미드형 헌혈 구조···고령화 맞물려 '헌혈절벽' 불가피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11.0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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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대란이 다가온다' ②]
헌혈자 70%가 `1020···일본·프랑스 등은 종형, 30·40대 헌혈 비중 높아
2030년 필요 헌혈량 77%만 확보 전망, 고령수혈자 증가에 수요는 ↑
14일 서울 강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혈액 저장고에서 관계자가 혈액을 정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 두 달 만에 1단계로 완화된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일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4.0일분이다. 이는 혈액수급위기단계 중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14일 서울 강서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혈액 저장고에서 관계자가 혈액을 정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 두 달 만에 1단계로 완화된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일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4.0일분이다. 이는 혈액수급위기단계 중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피가 모자라 수술을 못한 병원이 많았다.” 

지난 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종훈 고대안암병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헌혈자가 줄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신종 감염병 유행까지 겹쳐 피가 없어 수술을 못하게 된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인구절벽'에 빗댄 ‘헌혈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헌혈자의 70% 가량은 1020세대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표한 혈액사업발전계획에 따르면 헌혈 연령층은 10~20대가 71%, 30~40대가 24%, 50~60대가 5%로 나타났다. 40대 이하가 95%를 차지하는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다.

특히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2030년이 되면 이들의 숫자는 현재보다 약 237만명이 줄어든 675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고령화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진행 속도가 급격한 데다, 혈액 수급 측면에서 볼 때 편중된 ‘헌혈 인구구조’상 조만간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라미드 구조인 우리나라에 비해 다른 나라들의 헌혈 인구구조는 비교적 종(bell)형에 가깝다. 2018년 일본의 헌혈 인구구조는 10~20대가 22%, 30~40대가 49%, 50~60대가 30%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10~20대가 27%, 30~40대가 36%, 50~60대가 37%였다. 일본과 프랑스 모두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30~40대의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10~20대 헌혈자 감소는 곧장 헌혈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8년 6월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수급과 관련한 중장기예측 보고서에서 2017년 대비 2030년 헌혈 실적이 총 47만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2030년에는 필요한 헌혈량의 77%만 확보(수혈용 혈액자급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설상가상, 헌혈량은 줄어드는데 수혈에 대한 수요는 증가가 예상된다. 고령 수혈자가 늘어나는 탓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보고서에서 “고령 수혈자의 증가로 적혈구제제 사용량은 2017년 193만 유닛에서 2030년 198만 유닛으로 5만 유닛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2019년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적혈구 제제 '5일 미만 보유일수'가 4배 가량 뛰었다. 적혈구 제제 5일 미만 보유일수는 2014년 63일에서 2015년에는 169일로 2.7배 늘었고, 2016년에 242일, 2017년 208일, 2018년10월에는 247일까지 늘었다. 적혈구 제제는 심한 출혈이 있거나 일반적인 수술 등에 쓰이는 혈액 제제로 일선 의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대한적십자사에서 권장하는 적정혈액 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으로, 5일분 미만량이 보유될 시 혈액수급 부족 징후를 나타내는 '위기단계 1단계'로 본다. 헌혈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헌혈수급관리 데이터는 16년 전에 머물러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적정성 평가 보고서는 2004년판이 가장 최신판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특정 주기별로 평가를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2년 완료를 목표로 최근 1차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지난 7월 1차 수혈 적정성 평가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2022년 수혈적정성평가 보고서가 발표되면 지난 2004년에 관련 보고서가 나온지 1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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