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도 좋지만 의사가 손 떨리면 수술은 어떻게 하나
환자 보호도 좋지만 의사가 손 떨리면 수술은 어떻게 하나
  • 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7.31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법 발의···국회서 관련 토론회 열려
인권보호·불법행위 예방 명분, 의료계 "반대 안하나 강요 말았으면"
31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희는 CCTV 확대에 절대 반대하지 않습니다. 대리수술, 성범죄 등 문제를 일으킨 동료를 동료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에서 송명제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의료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송 이사는 6명의 패널 중 유일하게 반대쪽 입장에 서서 수술실 CCTV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국회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강득구·권칠승·김성환·오영환·최혜영 의원의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패널로는 송명제 의협 대외협력이사를 비롯해 박재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 강신하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윤명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사각턱수술)을 받던 중 사망해 일명 ‘권대희법’ 발의로 이어졌던 고(故) 권대희씨의 모친도 모습을 나타냈다. 

송명제 의협 이사는 “대한의사협회는 CCTV를 설치하겠다는 의사들에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며 “(다만) 손 떨려서 수술 못하겠다는 의료진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뇌혈관 수술을 하시는, 60 평생을 손이 떨릴까봐 담배도 술도 안하시던 분께서 CCTV 설치 의무화가 되면 ‘손이 떨릴 것 같다’고 하셨다”며 “대장암 수술 명의로 소개되는 분께서는 ‘환자가 CCTV 촬영을 요청하면 다른 병원 가서 수술하라고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CCTV 촬영으로 인해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시범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경기도의사회가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접 수술을 실시하는 의사’의 78%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수술실 안정과 인권침해 예방법’”이라며 “누군가 보고 있고 나중에 확인 가능하다면 대리 수술, 유령수술, 성범죄와 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명제 이사는 대리수술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협 차원에서 자정 노력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지난 2년간 저희 협회에서 대리수술이나 진료현장에서 문제되는 사안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한 것이 28건”이라며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 설치의 또다른 중요한 쟁점은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개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신하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CCTV 촬영물을) 외부로 유출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있다”며 “게다가 유출이 우려된다면 유출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할 것 인데 (부를 축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이사는 “얼마 전 서울대병원에 유명 연예인이 응급실에 다녀간 사실이 유출돼 큰 문제가 있었다”면서 “우리 사회는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정보가 축적되면 언제든지 유출될 가능성은 있고 그 가능성은 0%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일한 정부 관계자로 참석한 박재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찬반 논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정부가 실무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점들에 대해 설명했다.

박 사무관은 “수술실 CCTV가 의료사고 발생 시 (증거)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환자가 원할 때’만 녹화되도록 할지, ‘환자가 원하는 상태’에서만 녹화를 할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며 “너무 상세히 환자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수술실) 전경을 비추도록 하면, (의료사고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의료계의 반대를) 의사집단의 이기주의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진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 토론과 대화를 해나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남국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참석했다.

‘(본인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본지 기자의 질의에 김 의원은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정당한 사유를 열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의협과 환자 단체와 협의해 입법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명제 이사는 “응급실에서는 특히 불가피한 일들이 많다”면서 “국회에서 의료 현실이 어떤지 충분히 검토해서 반영해주시리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