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찬성?···실상 알고도 찬성할까
일반인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찬성?···실상 알고도 찬성할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7.3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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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설문조사, 국민 10명중 7명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찬성
수술시 환부노출 불가피···의료진 외에도 CCTV 접근 가능해 유출 우려
의료계 "수술실 감시 강화 아닌, 외과의사 부족 등 인프라 개선부터 해야"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는 것과 달리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최근엔 국민 10명 중 7명 꼴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최근 수술실 내 의료사고와 비(非)의료인의 대리수술 사례 등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경기도처럼 수술실 CCTV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사생활 침해' 등 수술실 CCTV 설치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된다면 일반 국민들도 섣불리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 환자 나체 노출·환부 촬영, '사생활 침해' 우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술실의 불투명한 구조를 문제로 삼는다.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특성상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정한 의료행위나 성범죄 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마취 상태에 있기 때문에 수술 중에 제대로 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고 말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불가피하게 환자의 환부나 나체 등 민감한 부분이 영상에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신마취 수술의 경우 통상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와 마취가 이뤄지면 의료진들은 환자의 기존 수술복을 탈의시키고 환자의 요도에 도뇨관을 삽입한다. 그리고 수술 예정 부위에 넓게 소독을 실시한 후 무균 처리된 포를 덮거나 특수 기구를 이용해 소독된 수술 부위만 노출시킨다. 이 과정만 짧게는 약 10분에서 수십 분의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남녀 환자를 불문하고 성기 등 개인적으로 감추고 싶은 신체 부위가 영상에 담기게 된다.

의사 A씨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빈번히 촬영되는 만큼, 특히 여성 환자의 외과 수술 등을 담은 영상이 유출될 경우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나 기술자, 수리기사 등 의료진 외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상에 접근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영상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의료인들의 설명이다. 

특히 IT 관련 보안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는 금융기관 등에 비해 의료기관은 해킹 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 수술실CCTV 설치 강제, 의협 "전세계적으로 전례 없어"

무엇보다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실제로 미국의 경우 연간 40만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의료 과오에 대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발생한 불필요한 논쟁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1년간 이뤄지는 수백만 건의 수술 중 불법 의료행위가 몇 건이나 되는지 명확한 규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수술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외과계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안전성 보장, 수술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과 전문의 B씨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높을 수 있다”며 “최근 수술실 의료사고와 대리수술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환자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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