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버지가 터 닦은 동네병원···"지역 전문병원으로 키워낼 것"
[특집] 아버지가 터 닦은 동네병원···"지역 전문병원으로 키워낼 것"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0.05.20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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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最古)의 동네병원 ②] 아버지와 아들 내외가 함께 운영하는 ‘킴스의원’
1982년 송파구 거여동에 개원, 부친은 전공 망라하며 동네 선생님으로 자리매김
김철영 원장 "내과 전문성 굳힐 것···아이들도 의사되기 바라지만 강요 안할 것"
왼쪽부터 킴스의원 김철영 대표원장, 김 원장의 아버지인 김종호 전문의, 아내 부윤정 전문의.

“동네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작지만 강한 전문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킴스의원 김철영 대표원장의 소망이다. 이같은 소망의 싹은 그가 아버지의 하얀 의사 가운을 만지작거리던 꼬맹이 시절부터 트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는 이제 내과 전문의로서 역시 전문의인 아버지, 아내(부윤정 고대 소아외과 전문의)와 함께 온 가족이 뭉쳐 지역사회의 건강 지킴이가 되고자 한다. 

김 원장이 작지만 강한 '전문병원'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킴스의원은 그의 아버지인 김종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982년에 개원한 ‘킴스의원’이 모태다. 현재 건물 지하부터 1·3·4·5층을 사용하고 있는 킴스의원은 거여동 토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갔을 지역을 대표하는 동네병원이기도 하다. 

김철영 킴스의원 대표원장
김철영 킴스의원 대표원장

김 원장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일종의 '소명' 같은 것이다. 그는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아버지의 흰 가운과 넓은 어깨가 어린 나에게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진로의 ‘결정권’과 함께 ‘책임감’도 가르쳐주셨고, 진료환경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도움도 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한때 고려대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교수로 근무하면서 대학병원에 남아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궈놓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병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노포' 음식점이 지역사회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듯, 지역사회를 상징하는 병원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결국 고대안암병원 외과 교수였던 아내까지 합심해 킴스의원을 동네를 대표하는 병원으로 키워내기로 결심했다. 

아버지와 아들 내외가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불편한 점은 없을까. 

김 원장은 처음엔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아 다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근무하는 층이 다른 데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그는 "남과 함께 일하는 것보다 가족이다 보니 주저 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애로사항 호소와 피드백이 빨라서 좋다"며 "오히려 퇴근하면 가족과 공통 주제로 대화할 수 있어 관계가 더 좋아졌다. 무엇보다 부부 금실도 더 좋아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킴스의원을 동네 병원이지만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병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든 의료의 중심은 환자의 '편의’"라며 "강한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다양한 진료과목을 다루기 보다 (한 분야에 집중해) '소화기내과' 전문병원으로 성장시키기로 했다"며 "동네의원으로 처음 발을 내딛으며 처음으로 결실을 맺고 싶던 열매가 바로 이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아버지이자 킴스의원의 창업주인 김종호 전문의는 김 원장을 낳은 뒤 뒤늦게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겐 어린 시절 동네 의사로서 이웃들 집안사정까지 다 꿰뚫고 다니며 '선생님' 소리를 들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버지를 따라 의료봉사 현장에 자주 다녔던 것도 의사로서의 꿈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당시 발생했던 의약분업 당시엔 영등포 쪽방촌에 의료봉사를 다니기도 했다. 그는 "당시 마음속으로 ‘내 환자’는 포기하지 말자는 책임감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김 원장은 솔직히 현재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도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들이 의사가 되기를 "강요할 생각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의사의 꿈을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다만 김 원장은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이렇게 일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보통 아이들은 아플 때가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의료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의사가 된 그이지만 아버지와 분명하게 '차별화'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한다. 바로 '전문성'. 당장 눈 앞의 환자를 품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맞는 전문가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의사의 역할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신념이다. 

그는 "아버지가 소아과 전문의로서 혼자 병원을 운영하실 때만 해도 여러 과를 다 볼 수 있는 진료환경이었다"며 "하지만 킴스의원은 내과 전문병원으로서의 전문성을 굳히고, 아픈 환자들은 과 별로 전문병원으로 가시라고 제안하는 것이 우리병원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되려한다면 이같은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자주 찾아오시는 환자들이 우연히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고 다시 찾아올 때면 보람이 되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족이 건강을 잃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심지어 붕괴되는 경우를 보게 되면 "다시금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동네병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학생이었던 환자가 어른이 되어 이처럼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들의 자녀의 손을 잡고 병원에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책임감을 넘어선 어떤 미묘하고 엄중한 감정이 맴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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