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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가당착···겨울 재확산 우려되는데 보건소 일반업무 재개?
정부의 자가당착···겨울 재확산 우려되는데 보건소 일반업무 재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4.2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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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건소' 일반업무 재개 여부 놓고 지자체와 "의견수렴 중"
코로나 국면서 제역할 못한단 비판에 일반업무 중단, 방역 전념
의료계 "감염병에서 국민 지켜줄 방역·예방업무에 집중해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해 온 일선 보건소에 일반 업무를 재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코로나19가 올 겨울에 재확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반장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중지·축소된 보건소의 일반업무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업무 재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가 구체적으로 보건소의 어떤 업무를 재개하려는 것인지 질의하자, 윤 반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보건증 발급 등 보건소 업무 수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부 들어오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질병예방이나 건강증진 등 다양한 보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소가 향후 기존 업무를 어떻게 정상화할 수 있을지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반장은 또 "지자체 의견 수렴과 함께 감염병의 향후 전망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어떤 특정업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복지부는 일선 보건소에 만성질환자 진료와 같은 일상 업무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보건소가 이번과 같은 대형 감염병 사태에 맞서 방역의 최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해야 할 보건소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방역의 첨병은커녕, 오히려 ‘구멍’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안정세를 보이자 다시금 보건소의 기능을 서서히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제2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소의 ‘일반진료 재개’는 섣부르다며 이같은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발언을 한 정부가 정작 보건소의 '일반업무 재개'를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여파를 겪으면서도 다시 보건소에서 일반진료를 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나기에 좋은 밀폐된 환경 속에서 (또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엔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올가을·겨울에 2차 유행이 올 것에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관계자들이 제2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보건소의 방역 기능을 완화하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가 이제 막 초반에서 벗어났는데, 만일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 보건소의 일반진료를 다시 멈춘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도 ‘보건소가 제 기능을 못한다’거나 ‘지자체에서 보건소를 관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진료 재개를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종호 의협 의무이사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대응을 ‘생활방역’으로 바꾸면서 보건소의 일반진료 재개에 속도를 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국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언제 또다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발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보건소의 일반 진료 기능을 없애고 보건소가 방역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홍준 회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보건소는 국민들을 365일 감염병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방역과 예방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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