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비대면 진료' 허용 논란···'이번엔 다르다?'
코로나發 '비대면 진료' 허용 논란···'이번엔 다르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0.04.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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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계기 한시 도입했던 비대면 진료···政, 상시 허용 입장 내비쳐
코로나로 이용 급속히 확산, 여당 총선 압승으로 의료법 개정도 가능
의료계, 반대기조 속 현실론 제기···의협도 내부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계속해 나갈 뜻이 있음을 내비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진료의 원칙은 ‘대면 진료’라며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원격의료 허용을 반대해온 의료계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이를 일방적으로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이번엔 다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코로나 계기로 비대면진료 '한시' 허용···최근 대통령 발언 등으로 기류 바뀌어

앞서 지난 2월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기관 내 감염 문제가 발생하자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내놓은 조치였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고(故) 허영구 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의료진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복지부는 지난 5일 가벼운 감기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이 전화 상담이나 처방, 대리처방, 화상진료 등 비대면 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코로나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이같은 기조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한 예로 들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여기에 복지부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가) 만성질환자나 고령자 중심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코로나19가 던진 (비대면 등) 여러 화두를 정책체계 내에서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만들어낼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를 상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얻게 된 것과 관련, 오는 6월1일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비대면 진료(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한 여당은 국회 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 조항에 따라 사실상 어떤 법안이든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관건은 의료법 개정···거대 여당 탄생한 21대 국회는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을 이미 갖춰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기업과 통신 3사 등은 원격의료의 기반으로 삼기 위한 시스템이나 관련 제품 개발을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대학병원들도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앞다퉈 갖춰 나아가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의 선두에는 이동통신 3사가 서 있다. 이들은 국내 대형병원들과 협업해 5G 기반의 의료행위 혁신 등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서비스 개발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명지병원이 ‘언택트(Untact·비대면) 의료’를 이끌 텔레메디신 및 재택의료, 헬스로봇의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명지병원은 헬스케어에 로봇 기술을 접목,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중간 매개 역할을 담당할 헬스로봇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명지병원측은 비디오 핵심기술을 텔레메디신과 재택의료에 적극 응용, 조기에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대형병원들이 비대면 진료를 가능케 하는 각종 IT인프라를 갖춰놓고도 실제 진료에 이를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법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행위만 허용할 뿐,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수차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논란 끝에 모두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대부분 정부와 여당은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번엔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난감한 의료계···'반대' 기조 속 일부 '반대가 능사 아냐' 현실론 나와

의료계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를 상시화하는 데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진료의 편리성만 앞세우다 보면 자칫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비상상황이 아닌 평시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인의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 A씨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 속에 일부 수용됐던 부분으로, 확진자의 의료기관 방문에 따라 병원 폐쇄와 의사 감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몰고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의사 B씨는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가 본격 도입되면 환자들은 소위 ‘스타’ 의사만 찾게 될 것"이라며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1차의료기관을 찾지 않아 결국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도 정부가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진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병원 쏠림이 이어지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경우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의료환경을 감안할 때 비대면 진료 도입을 일방적으로 반대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대세를 거스르기보다는 이와 같은 흐름을 의료계에 유리한 쪽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 C씨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서 의료기관들이 원격진료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감염병으로부터 의사는 물론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인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진료 허용이 정립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의사 D씨도 "개원가에서는 IT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틈을 이용해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를 위한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진료는 대면진료가 원칙이지만,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의료계와 국민에게 모두 좋은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내부서도 '논의 불가'→'이제는 논의할 때'  

그동안 원격의료에 대해 원칙적 금지 기조를 이어왔던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이슈가 수면 위로 확실히 올라올 경우 올해 중에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격의료 관련 이슈는 '의협 대의원회 수임 금지' 사항으로 정해져있다. 이는 의협 집행부가 원격의료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지난 20일 열린 의협 운영위원회에서 '정부와 국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원격진료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내부에서도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원격진료가 '개원가 중심'의 시스템으로 돼 있다"며 "의협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TF팀을 구성해 원격의료 관련 법안을 놓고 정부·국회와 논의해 나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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