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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민간병원 역할 폄하한 김윤 교수 글에 의료계 “부글부글”
코로나19 대응, 민간병원 역할 폄하한 김윤 교수 글에 의료계 “부글부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0.04.14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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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역할론 강조하며 확충도 주장···의료계 “정부 돕다 경영위기 몰린 민간병원 외면” 반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병원 덕분이 아니라 공공병원이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서울대 김윤 교수의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의 의료계 인사들이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김 교수 주장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14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거짓’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의 환자의 대부분을 치료한 반면, 민간병원들이 치료한 사례는 소수에 그쳤다며, 이를 토대로 앞으로 위기상황 시 정부가 민간병원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병원 덕분이 아니라 공공병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병원 덕분이 아니라 공공병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김 교수는 또 “평소 질이 떨어지고 적자를 낸다고 찬밥 취급을 받던 공공병원이 위기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라며 “대구·경북에서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이유는 병상을 즉각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원은 병상이 부족했던 반면, 대부분의 병상을 보유한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70개 진료권 중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없는 17개 진료권에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윤 교수의 주장에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분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환자 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일부 병원은 확진자가 다녀가 병원이 폐쇄되거나 의료진이 자가격리되는 와중에도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 동참해 온 민간병원들의 노력에는 눈을 감아버렸다는 이유에서다.  

박종훈 고려대병원장은 14일 한 의료전문지 기고문을 통해 “김윤 교수의 글을 보고 아침부터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렇게 펜을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원장은 “은근히 민간병원은 이 와중에도 영리 추구에만 몰두하는 병원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공공병원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공공병원으로 확진자를 전원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병원들은 법에서 정해진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또 “코로나19 감염자 이외의 일반 환자는 민간병원에서 안심하고 진료하라는 의도에서 아주 자연스레 만들어진 제도를 그런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급조된 생활치료센터를 어떠한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맡겠다고 했던 민간병원 의료진의 노고와 이를 독려한 민간병원들, 병상도 폐쇄하면서까지 확진자 전원을, 그것도 중증 환자를 어떻게든 받아서 진료하겠다고 나섰던 수많은 민간병원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많은 의사들이 SNS 등을 통해 김윤 교수 칼럼에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특히 김 교수가 공공병원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에 동원된 민간병원 소속 의료진들의 노고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의사 A씨는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궁금하다”며 “우연찮게 시설이 비어있었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비롯해서 대구경북 주요 대학병원이 없었으면 이만큼 막을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병원들은 평시에는 어떤 역할을 하나? 착한 적자 감당하기 위해서 비워놓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민간병원'들과 환자 놓고 경쟁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의사 B씨는 “김윤 교수의 주장은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 한 민간병원들의 노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김 교수에 대해 “역시 알려진 대로 대표적인 ‘어용학자’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 C씨는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이끄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메르스 전사, 코로나 전사 등으로 치켜세우다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책임회피를 위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마녀 사냥을 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것을 넘어 멱살잡고 때려죽일 기세다. 이런 취급까지 받아가며 코로나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윤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보건의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차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원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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