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을 사수하라"···선별진료소로 달려가는 동네의사들
"수도 서울을 사수하라"···선별진료소로 달려가는 동네의사들
  • 홍미현·이한솔·권민지 기자
  • 승인 2020.03.09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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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의사회 소속 동네의사들, 지역 선별진료소 찾아 의료봉사 자청
의사라고 감염 우려 안될 리 없지만···일부 지역선 매일 선별진료소 지켜
추혜인 원장이 지난달 29일 은평구청 입구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진료소를 찾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유난히 쌀쌀했던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은평구청 입구 근처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는 주말 저녁임에도 텐트 안에선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이날 이곳 선별진료소는 레벨D 전신방호복과 고글로 무장한 추혜인 원장(살림의원)이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검체 채취 등 의료봉사에 여념이 없었다. 추 원장은 이날 오전까지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막간을 이용해 자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다시 의료현장으로 달려나왔다. 

추 원장은 "1주일 전 은평성모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동안 물밀듯이 밀려오던 주민들의 행렬이 조금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혹시 나도'하며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고 있다"며 "의사로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달래고자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안 대구·경북에 집중됐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제는 전방위로 퍼져나가는 분위기다. 서울에서도 지난 5일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확진자 수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건 경기에 이어 두 번째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동네의사'들이 나섰다. 서울시의사회 산하 25개 지역구의사회 소속 동네의사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속한 지역의 선별진료소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평일 저녁, 주말 헌납하고 선별진료소로 달려가는 동네의사들

구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지역상황에 따라 보통 주 1~2회, 평일에는 오후 7~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선별진료소에 나가 진료를 하고 있다. 의심환자가 많은 지역은 매일같이 진료봉사에 나서는 곳도 있다. 

7일 기준으로 광진구(4명)와 강북구(7명), 은평구(14명), 동작구(1명), 강동구(5명), 송파구(10명)에서는 구의사회 회원들이 1~2명 단위로 돌아가며 매일 지역 선별진료소를 지키고 있다.  

중랑구(15명)와 관악구(6명)와 서초구(8명), 용산구(6명)에서는 해당 지역 의사들이 주 5회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검사 수요가 적은 도봉구(6명)나 마포구(8명), 양천구(10명), 금천구(3명), 종로구(9명), 동대문구(6명), 성북구(2명) 등에서도 주 2~4회씩 지역 의사들의 의료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봉사에 나선 의료진들은 1차로 보건소 직원이 의심·확진환자의 간단한 스토리를 체크하면 2차로 환자의 증상 체크를 비롯해 기존 병력이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살핀다. 이 중 검사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검사채취실로 이동하는 식으로 진료가 이뤄진다. 

지역 상황에 따라 환자가 많을 경우엔 2~3명의 의료진들이 역할을 나누기도 한다. 환자가 적을 경우에는 의사 1명이 인터뷰와 검사·채취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앞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 

◆‘신천지’ 확진소식에 '북새통' 이룬 선별진료소···가족들 우려에 봉사 나간단 말 못해

지난달 구청 보건소에 마련돼 있는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를 나갔던 정우성 세움병원 원장(금천구의사회 보험이사)은 "밀려드는 의심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녹초가 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8일 이른바 '슈퍼감염' 사례로 알려진 31번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그 전까지 '유명무실'했던 선별진료소에 환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원장이 진료한 의심환자만 30~40명에 이른다. 특히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신천지 교도 상당수가 선별진료소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전신방호복을 입고 진료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다, 갈아입을 때 오염 우려가 가장 크다 보니 화장실에 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질서 정연하고 남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을 보면서 뿌듯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정 원장은 “진료 당일에 날씨가 매우 추웠다"며 “시민들에게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시라고 해도 '혹시 다른 사람이 감염될까' 하는 우려에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기다리더라"고 말했다. 

성북구청 안 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소연 원장(서울가정의학과의원). 그는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도움이 필요한 ‘현장’이라고 생각해 의료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경우 2명의 의료진이 주말에 교대로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장도 막상 이번 봉사에 나서기까지 큰 결단이 필요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부모님이나 가족, 직원들에게 선별진료소 자원봉사를 가게 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별진료소에 상주하는 의료진들의 경우 방호복이 부족해 교대시 앞사람이 입었던 방호복을 다시 입기도 하는 등 도처에 감염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처음엔 진료봉사를 하기 위해 과연 용기가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가보니 그것이 ‘용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의료봉사를 위해 방호복을 갖춰입은 지역의사회 회원들.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단순 의심만으로 선별진료소 찾는 건 지양해야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의사회 회원들은 "도와달라"는 현장의 요청에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기꺼이 응했다. 

강동구에서 정소아과를 운영하는 정준교 원장(강동구의사회 부회장)은 “서울지역 환자가 급증하면서 보건소 내의 인력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어서 봉사 인력을 모집한다는 의사회 회장의 연락을 받고 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중랑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봉사를 나간 한동혁 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중랑구의사회 보험이사)은 "보건소 인력들이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고 들었을 때 '매일같이 야근해야 할 텐데 의사들이 솔선수범해 도와주자'는 취지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자원봉사에 나섰던 의료인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시민들이 괜한 조급증을 갖기 보다는 침착하게 먼저 자신의 증상을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단순히 감염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또다시 검사를 요구를 해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한 개원의는 “개인에게는 (검사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 많은 의심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의료진들에게는 (검사 하나하나가) 피로가 가중되는 일”이라며 “신천지 신도와 접촉했다거나 발열, 호흡증상 등이 있을 경우에만 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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