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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로 몰려드는 시민들
"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로 몰려드는 시민들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0.03.0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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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3일부터 오픈, 서울시의사회 서초 '드라이브스루'서 의료봉사
증상·방문력 동반돼야 검체 채취···“시민들 헛걸음 않게 홍보 강화돼야”
서울시 인재개발원 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추운 날씨에 손을 녹이고 있다
서울시 인재개발원 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추운 날씨에 손을 녹이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재개발원에 설치된 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 꽃샘 추위로 기온이 모처럼 영하로 떨어진 이날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막간을 이용해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차량이 들어오자 금세 또 환자를 맞으러 이동했다. 

이날 오전 서울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7명 늘어난 105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도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서울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날 차량을 몰고 이곳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운전자들도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대부분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난 3일 문을 연 서초구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입구와 출구가 같다. 입구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봉사자가 서 있다. 운전자 1명 외에 동승자를 태운 차량은 통과할 수 없다. 걸어 들어가는 외부인도 차단한다. 세계에서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시도되는 혁신 진료소의 첫 방역 '방벽'인 셈이다. 

진입한 차량은 진료소 외곽을 돌아 각각 '안내-문진-진료-검체'라고 적힌 천막을 단계별로 거치게 된다. 다만 차량이 많지 않을 때는 안내부터 진료에 이르는 1~3단계 과정이 한꺼번에 이뤄지기도 했다. 

안내 단계에서 차량에 탄 운전자는 위험국가나 위험지역, 집단 발병장소를 방문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증상 여부를 측정하게 된다. 특정 장소 방문력과 증상이 함께 동반돼야 검체채취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체를 채취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날 진료 봉사에 나선 간호사 A씨는 “정부 지침이 (드라이브 스루에서는) 증상과 방문력이 함께 있어야만 검체를 채취할 수 있게 바뀌었다"며 "검진자들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묻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비교적 협조는 잘 해주시는 편인데, 5명 중에 1명 정도는 완강하게 검체 채취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채취 대상으로 분류돼 검체 채취 단계까지 오면 의료진은 객담(가래)을 채취하고 상기도와 하기도의 검체를 채취한다. 채취하는 과정에서 검진자들이 구역질을 하거나 간혹 코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심환자가 갑작스럽게 재치기나 기침을 하게 되면 의료진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방역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확진자로 판정될 경우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체를 채취하고 있는 의료진들
차량 이동형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는 의료진.

이날 검체 채취를 위해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들이 의료봉사에 나섰다. 서울시가 대구, 세종시 등에 이어 서울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우선적으로 서울시의사회에 의료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시간대에 봉사활동에 나선 박명하 부회장은 “코로나19가 국가적 재난사태인 만큼 서울 25개구 각 의사회가 선별진료에 적극 동참하게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에 이어 이날 오후에 검체 채취를 담당한 김성배 총무이사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확진자를 추려낸다는 점에서 (드라이브 스루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서울에서도 활성화 돼서 시민들이 (빠른 검사를 통해)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성배 이사는 총 46명의 의심환자를 맞아 19명에 대해 검체를 채취했다. 

이날 오후엔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이 진료소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봉사에 나선 의료진을 격려했다. 박홍준 회장은 “서울에서 지난 3일부터 처음 시행에 들어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차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는 상임이사진 위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진료소 운영을 총괄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검진자 분들이 단순 감기증세인데 걱정해서 오시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진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증상과 방문력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조건에 맞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체 채취를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면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명하 부회장은 “시민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검체 채취 대상에 대한 국민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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