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독일에 이어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는 백신·치료제 개발에 이미 성공한 것처럼 보도되거나 조만간 상용화될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백신'과 '치료제'의 개념마저 혼동되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백신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전에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부여해 바이러스 침투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바이오 의약품이고, 치료제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질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고, 이에 대한 유전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다른 나라들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자체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여러 후보 약물들이 나와 있는데 바이러스 분리를 통해 이 중 어떤 약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 바이러스 효과가 있는지, 즉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등의 실험들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당장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우수한 생명공학연구개발능력을 질본이 민간업체에도 분양한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연구 참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민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같은 계열인 사스나 메르스처럼 불규칙적으로 감염, 유행, 소멸하는 특징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 제약회사 입장에서 상품성이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품성이 없는 것이어서 개발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서울시 감염병관리원단장)은 “실제로 바이러스로 인한 지금의 위기 상황이 얼마나 가는지가 중요하다. 사스처럼 일순간에 소멸되면 민간 제약회사 입장에선 상품성이 없는 것이어서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있고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놔뒀다가 추후 유행 시에 상품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르스처럼 상당 기간 지속되며 토착화될 조짐까지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중국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피해가 크다면 민간업체들이 개발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중국 이외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희박하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앞으로 얼마나 더 어떻게 유행할지, 이를 통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질지 말지는 앞으로 '한 달'은 더 있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재필 과장은 “현재로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양상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 판단이 힘들다. 앞으로 최소 한 달은 있어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감염학회나 질본은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최악의 대규모 사태까지 대비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준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