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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10대뉴스] 을지병원 흉기난동 사건 ②
[의료계 10대뉴스] 을지병원 흉기난동 사건 ②
  • 이한솔 기자
  • 승인 2019.12.2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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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세원 교수 떠난지 1년도 안돼 의사 상대로 흉기 휘둘러 충격

의료계는 지난 2018년의 마지막 날을 잊을 수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에 당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법적, 제도적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올해에도 의사를 상대로 한 크고 작은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10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을지병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사건이었다. 이 사건 역시 환자가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다행히 피해 의사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당했다.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의사의 목숨을 노리는 흉기 난동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의료계는 또다시 경악했다.

특히 을지병원 사건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의 '우발적' 범행이 아닌,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앙심을 품고 벌인 '계획' 범죄라는 점에서 단순한 상해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가해자는 피해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뒤 장애진단서 발급을 요구했으나 의사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소송에서 패소하자 이같은 보복 범행을 벌인 것이다. 

이처럼 을지병원 사건은 환자의 '이해(利害)'와 의사의 직업적 '양심'이 충돌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이와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견지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의료인에게 배상이나 보상을 목적으로 진단서나 의무기록 발급을 강요할 수 없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도의 감정 의사가 진단서 발급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을지병원 사건의 피해 의사는 공교롭게도 해당 병원 유일의 수부외과 전문의였다. 자신처럼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들을 수술해야 할 담당 의사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는 바람에 정작 본인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가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우면서 생긴 의료공백은 또다른 환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환자를 살리려면 의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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