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성공할까?"···개원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책 회의론 확산
"이번엔 성공할까?"···개원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책 회의론 확산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9.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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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증환자 본인부담금 높여 대형병원 이용 막겠다"지만
의료계 "실손보험사에 청구하면 본인부담금 돌려받는 구조"
개원의 "감기환자가 폐렴환자로 병명 바뀌는 관행부터 고쳐야"

정부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이번 대책의 수혜자로 여겨지던 1차 의료기관(개원가) 사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개칭 '중증종합병원'(옛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증종합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해 평가·보상체계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병의원을 거쳐 중증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의뢰를 내실화하고, 중증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해 관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원의들은 의원급을 배려한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큰 실효성은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실손보험 제도하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손보험으로 본인부담금 회수 가능···가는 환자 막기 어려워

의료계는 정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이 외견상 개원의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에서 내놓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위 전국민이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하는 '실손보험' 때문이다. 

의사 A씨는 “대학병원에 가면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높인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실손보험사에 청구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며 “환자의 실질적인 부담금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B씨도 “환자들은 몇 만원을 더 내더라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겠다는 심정”이라며 “진료비 부담을 늘려 제도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처럼 환자들 사이에서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단기대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이다.

의사 C씨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실손 보험 가입률이 대략 6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자들은 보험회사에서 비용을 대준다는 인식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해보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현 의료시스템에선 개원의가 현실적으로 ‘환자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A씨는 “대학병원으로 가겠다는 환자를 무조건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회피(진료결과에 대한 법적 문제)를 위해서라도 1차 의료기관들이 대학병원으로 가겠다는 환자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이번 개선대책을 통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나온다. 

의사 B씨는 "선택진료비 폐지와 문재인 케어로 인한 '비급여의 급여화'로 대학병원의 문턱은 더 낮아진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가 바로잡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잘못된 관행부터 개선해야···의료쇼핑 환자 직접규제 필요

상황이 이렇지만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개원의들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해선 먼저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 A씨는 “대학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업코딩(병명코드)’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관련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것”이라며 “(경증인) 감기환자가 대학병원에 가면 (중증인) 폐렴환자로 병명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병원의 기능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B씨는 “대학병원의 경증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중소병원의 기능을 높여야 한다”며 “2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학병원으로 오는 경증환자에 대해 모든 진료비를 비보험으로 처리해 환자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이 '재래시장'이라면 3차병원은 '대형마트'로, 대학병원은 환자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가 더 좋아지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한 번 맛본 서비스를 잊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중증 환자들의 진료·치료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쇼핑을 일삼는 일부 환자에 대한 직접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사 C씨는 “선진국의 경우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페널티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종합병원의 문턱이 너무 낮다”며 “의료보험을 과다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규제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병원 환자 중 70%가 대학병원으로 가고 싶어 하는 환자인데,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 이런 환자들을 컨트롤할 정도로 의사로서 노력할 가치가 있을지 고민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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