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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녹두빈대떡' <4>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녹두빈대떡' <4>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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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주만 있으면 추석이다.
이 즈음엔 무더위는 물러가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온갖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여 마음이 넉넉해진다. 추석이 되면 매년 고향을 찾는 인파로 도로는 몸살을 앓지만 그 고달픔이 즐거운 건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끼리 오순도순 정겹게 나누는 대화와 음식이 있어서리라….
어렸을 적 할머니, 어머니와 어른들이 모여서 북적대며 차례음식을 만들 때면 늘 가장 먹고팠던 음식이 `녹두빈대떡'이었다.
노릇노릇 가장자리가 약간 탄 듯한 고소한 녹두전을한 입 베어 먹기 시작하면, 밥을 못 먹는다는 어른들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녹두전으로 배가 찰 때까지 내내 부엌을 들랑거렸던 것 같다. 녹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이어서 고기와 나물을 넣은 큼지막한 녹두빈대떡 한 장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탄수화물 · 단백질 풍부한 영양식

대표적인 우리 음식인 빈대떡은 녹두를 물에 불렸다가 맷돌에 갈아 소댕(솥뚜껑)에 부치는 음식으로 황해도에서는 `막부치' 평안도에서는 `녹두지짐' 또는 `지짐이'라고 한다. 빈대떡의 어원은 `빈자떡'이라는 얘기도 있고, 서울 덕수궁 뒤쪽에 빈대골이라고 부르던 곳(지금의 정동)에 유난히 부침개 장수가 많아 빈대떡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빈대떡은 예전에 큰 상이나 제상에 전을 고일 때 쓰던 고급스런 음식이다. 녹두 간 것을 얇게 소댕에 부치고 그 위에 쇠고기나 돼지고기, 숙주나물, 도라지나물, 김치 따위를 얹은 후 다시 녹두 간 것을 얇게 덮는다. 지방마다 부치는 방법이 다른데 평안도 지방에서는 돼지고기와 나물거리를 큼직하게 썰어서 녹두 간 것 위에 얹어 두툼하고 큼직하게 부치고, 서울에서는 돼지고기와 나물을 잘게 썰어서 손바닥만하게 작게 부친다. 
 

필자가 녹두빈대떡을 먹어 본 곳 중 어렸을 적 솜씨 좋으시던 외할머니가 해주신 빈대 떡과 가장 같다고 느꼈던 음식점이 서초동에 위치한 `락락소풍'이다.
요리솜씨 좋기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안준 사장이 본인의 사옥 1층에 오픈한 오리엔탈 음식점이다. 이 곳의 녹두전은 질 좋은 녹두를 갈아 쓰고, 다진 돼지고기 대신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칼로 곱게 다져 넣는 것이 특징이다. 또 녹두빈대떡을 부칠 때 식용유 대신 돼지비계를 녹여 씀으로써 더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난다.
 

이 곳의 음식은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을 쓰지 않고, 조미료와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제철 채소와 해산물, 콩과 두부 등의 자연식 위주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맛있는 녹두빈대떡은 조안준 사장이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운 레서피 대로 만든다. 가다랭이, 다시마, 표고 등을 우려 만든 완탕이나 양지를 정성스럽게 고아 만든 육수에 각종 재료를 넣어 내는 언덕국수(쌀국수)도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제대로 된 국물 맛 때문에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유난히 긴 추석 연휴 동안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쳐있을 아내와 엄마를 위해 온 가족이 하루쯤 `락락소풍'으로 소풍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만든 곳이니 만큼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식당 내 인테리어와 소품, 지하의 갤러리, 2층의 오리엔탈 가구와 소품 전시장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락락소풍은 서울고등학교 사거리 남부순환도로 방향 하나은행 빌딩 뒷편 조안빌딩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완탕 7000원, 명란김밥·너비아니김밥 5000원, 앞뜰 생채 1만7000원, 항구 생채 2만2000원, 락락녹두 2만3000원, 디너세트메뉴 4만∼5만5000원.
점심은 12시∼14시, 저녁은 17시∼23시까지며 저렴한 와인 몇 가지와 맛있는 차들도 준비되어 있다.

 〈강남 한송이W유방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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