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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칼럼]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정보이사(분당제생병원 진료부장)
[여의사칼럼]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정보이사(분당제생병원 진료부장)
  • 의사신문
  • 승인 2008.01.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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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예찬>

2002년 겨울, 10년 만에 스키를 타다가 오른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끊어져 버렸다.

덜렁거리는 다리는 수술 후 버티고 설 수 있게 되었지만, 1년간 열심히 재활 운동을 하는데도 걸음걸이는 여전히 기우뚱거리고 계단이라는 복병을 만나면 게걸음으로 내려가곤 하였다.

한 순간에 늘어 버린 체중은 반대쪽 무릎의 통증을 불러왔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나?

어휴, 나도 이제 끝났구나. 스키는 고사하고 등산도 못하겠고 무엇보다도 일상 생활이 고되었다.

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흩어져 층층이 회진을 돌게 되면 계단이 고역이라 염치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탑시다’ 하고 외치는 수 밖에.

운동 중독에 가까운 딸이 어느 날, ‘우리 요가 해요. DVD 샀어요’라는 말에 화면을 보면서 매일 밤 20분 씩 할 수 있는 만큼 따라 하였다. 남편이 한밤중에 들어 오다가 ‘웬 달밤의 체조’냐는 의아한 눈길을 늠름하게 받아 내면서 한 달이 지나자 드디어 무릎이 꿇어 앉을 수 있을 만큼 굽혀지는 것이 아닌가? 아, 역시 요가는 유연성 기르기에 최고야.

하던 김에 동네 국선도 교실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매일 아침 5시 45분부터 1시간 반씩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에 끼어서 1년을 계속하였다. 이 그룹에서 60대는 젊은 축이니, 40대 후반의 나는 천상 막내인데 도대체 이 분들이 어찌 그리 유연하고 물구나무서기도 잘하시는지.

수련이 부족한 탓이겠으나, 유연성을 제외하고는 증가한 체중에, 만성적인 긴장성 두통과 어깨의 통증 또한 여전하고, 걷는 것 또한 자신이 붙지 않았다.

2005년 여름, 우리나라 전통 무예를 고루 수련하신 선생님을 모시고 배울 기회가 생겼다.

처음 시작할 때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자세를 취하는 것 만으로 불과 5분 정도에 땀이 흘러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평소 자세만은 바른 줄 알았는데 등이 좌우 대칭이 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것, 1달 운동 후 반듯하여졌다는 사실과 동시에 만성적인 두통과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무예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상대방을 치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들어 던지고 하는 동작들이 이어졌는데 실제 상황은 아니어도 무술영화에서 본 장면들을 일부라도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이 신나기도 하였다.

서서히 음악에 맞추면 아름다운 우리 춤이 나오고 빠르면 무예이고 검을 쥐면 검도가 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시작한지 2년 4개월 정도 되었다. 허리와 다리 근육이 붙으면서 체중 자체는 변화가 없어도 자세가 좋아진 탓인지 다들 살이 빠졌다고 한다.

불과 1주에 2번의 운동으로 체력과 건강 상태가 오히려 다치기 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와 생활 습관 관련 질환의 예방은 역시 운동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몸으로 느낀다.

엄마가 갑자기 이소룡과 이연걸에 관심을 보인다고 킥킥거리던 아들과 딸도 이제는 1,2주에 1번은 동참을 한다. 할 때는 힘들어도, 하고 나면 일주일을 버티기가 수월하다나?

운동의 효과는 누구나 다 아는 바 이나, 손상을 입지 않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적절한 운동을 저마다 하나씩 찾아서 지속적으로 실행한다면 전 국민의 건강 유지와 행복 지수가 당장 올라가리라 믿는다.

생활 체육, 특히 어릴 때부터 운동이 생활화되어야 하는데 우리 어린 학생들은 입시에 치여서 몸의 움직임이 즐겁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오늘 시작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보길 강력하게 권한다. 물론 이미 잘 하고 계시는 분들은 예외겠지만.

운동 예찬이 아닌 전통 무예 예찬이 되어 버린 듯 하나, 아직까지 적합한 흥미로운 운동을 찾지 못하신 분들은 전통 무예에 동참하시는 것도 젊음과 활력을 유지하는 필요 충분 조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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