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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 어디로 가나?
한국 의료, 어디로 가나?
  • 의사신문
  • 승인 2007.12.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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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철 <영남대의무부총창 겸 의료원장>

▲ 심민철 원장
병원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의사가 빚더미에 허덕이다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에 오르지도 못할 만큼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병원마다 전공의 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기초의학은 물론이고 생명과 직결된 외과계열에는 전공의 부족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힘들고 불투명한 미래와 힘겨운 수련과정을 이겨내지 못한 전공의들이 하나 둘 병원에서 도망치듯 사라지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향후에는 해외에서 의사인력을 수급해야 할 위기에 봉착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의료 질이 떨어지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의사는 학력은 가장 높고 작업시간은 가장 길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간당 수입은 하위그룹에 속하고 있다. 의사는 선진국처럼 하루에 20∼30명의 환자를 보아서는 경상 운영비 충당도 어려워, 인술의 현장에서 박리다매 진료로 수지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병원근무자의 임금은 같은 학력의 직업군 중에서 하위에 머물고 있다. 의료업은 재투자를 위한 자본축적이 거의 안 되고 있으며 낮은 수가가 대부분 인건비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에서는 보편적 진료라고 하여 비싼 돈 들이지 말고 보통의 방법으로 치료하라고 하고 있으며 여기서 벗어나면 과잉진료, 부당청구라 하여 신문기사거리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보편적 진료를 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와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고소득자로부터 보험료를 많이 받은 것은 보험공단이고, 의료기관은 상병에 따라 균등한 의료수가만을 지급받았을 뿐인데 소득기준에 의한 배상금을 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이다. 수가는 사회보험식인데 사고가 났을 때 배상은 시장경제식이다.

병원과 의사는 의료사고의 위험과 경영의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의 의료업은 환자진료를 통해 얻는 수입만으로는 대부분의 병원 및 의사가 간신히 생존하는 수준밖에 안되어 주차장, 영안실, 매점 등 부대시설이 빈약하거나, 없는 중소병원이나 개원의는 경영환경에 더욱 열악하다. 국민들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에 자신의 병명조차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의료 환경을 불신하고 있다. 진료의사를 믿지 못하여 걸핏하면 다른 의사를 찾는 의료쇼핑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일부 부유층은 해외원정 진료를 선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러 면에서 실제로 의료의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국민건강의 심각한 위협으로 직결되며 나아가, 국가 존폐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된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의료보험제도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진 의료보험이 전 국민에게 확대되고, 저 보험료에 따른 의료보험수가 억제로 의료공급형태와 이용형태를 왜곡시켜 결국 의료 질에서 심각한 문제를 남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내년도 병원에 대한 의료수가가 1.5% 인상된다고 한다. 이는 2007년도 원가보상 기준인 11.6%는 물론, 임금 및 물가상승률 4.4%의 절반에도 밑도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진료비는 미국에 비해서 1/10 수준이며 보험수가는 원가이하 수준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GDP의 5.6%로 OECD 30개 국가 중에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여전히 의료비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은 적절한 수준으로 급여의 혜택을 누리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그것에 상당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모든 경제구조의 기본이다. 죽어가는 국내의료를 살리기 위해서 당장 해야 할 일은 의료수가를 현실화 하는 것이다.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과 투자가 필요하다. 시장원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현행 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산업이 성장해 나가는데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에 대한 50년 전 사고방식을 벗어나 국내 건강보험제도를 21세기에 맞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며 건강보험 관리에 경쟁원리를 불어 넣어야 한다. 강제 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하고, 보험자와 의료공급자가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도 개선토록 하며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육성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고사 직전의 우리 의료를 살리는 것이고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며 다가올 의료시장 개방의 파고를 극복하는 길이다.

심민철 <영남대의무부총창 겸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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