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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 우두령~추풍령
백두대간 종주 : 우두령~추풍령
  • 의사신문
  • 승인 2006.11.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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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의 새벽 '만추의 서정' 연출

우두령을 출발하여 명찰 직지사를 품고있는 황악산(1111m)을 지나 궤방령을 경유, 대간의 고개 중 가장 낮아(220m) 남북의 왕래가 가장 많은 추풍령에 이르는 이번 구간은 약 30km 즉 산길 80리로 만만치 않은 거리다.

이 거리를 병원 산악회원들과 함께 주파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여 주말 정기산행 하루 전 현지에 도착하여 절반은 단독 종주를 하고 명산 황악산은 산악회원들과 함께 할 생각으로 하루 먼저 밤기차를 타고 김천에 도착했다. 김천행에는 후배사원이자 정예 산악회원인 좌호철군이 나의 달콤한(?) 꾀임에 넘어가 옆자리를 든든하게 지켜 주었다.

이른 아침 동트기 전 두 명의 산꾼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박이룡이 방어진을 치고 왜병과 싸워 큰 전공을 세웠다는 궤방령에서 추풍령을 향해 출발했다. 이미 입동을 지난 11월말. 주변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가 멀리 산골마을에서 새벽밥 짓는 굴뚝의 연기와 조화를 이뤄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짙은 만추의 서정을 연출하고 있었다. 차고 깨끗한 새벽 공기와 정적은 바로 이런 것이요 하듯 주변은 조용함 그 자체였다. 휘파람이 나올 법 했지만 그 정적을 깨우기 싫어 둘은 그저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지루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걸어 따스한 아침 햇살이 퍼질 무렵 도착한 곳은 가성산. 남으로는 황악산이 북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장군봉과 눌의산 연봉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그래도 대간길인데 쉽게 보낼 수는 없다며 연신 잡아대는 잡목 사잇길을 지루하게 오르내리다 이마에 땀이 흘러내릴 즈음 장군봉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한번 더 땀을 흘리면 사방이 트인 전망대와도 같은 눌의산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제단이 쌓여 있고 발아래로 추풍령이 까맣게 내려다 보이며 고속도로 위를 줄지어 남북으로 오가는 차들이 개미군단처럼 느껴진다.

이후부터는 내리막의 연속. 한참을 내려서서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를 통과하면 가수 남상규 씨가 부른 노래 추풍령의 시비가 있는 추풍령 표지석 앞에 도착한다. 이 작은 마을에는 집집마다 심지어 가로수도 감나무로 때마침 알맞게 익은 홍시가 지천이다. 길을 걸으며 감으로 배를 채운 듯 싶다. 감나무를 심고 가꾼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물론 잊지 않았다.

이제 추풍령 휴게소로 이동하여 서울에서 출발한 황악산 정기산행 일행을 만나야 한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몇시간 이라도 걷고 사람들을 만난 다면 온통 반가운 감정 뿐일 것이다. 더욱이 만날 사람들이 정든 병원내 산친구들이고 그 안에 사랑하는 아내가 함께 있다면? 휴게소로 미끌어지듯 들어오는 병원 버스가 정말로 반가왔다.

일행은 직지사 입구 소문난 맛집 천일식당으로 옮겼고 언제나 처럼 웰빙을 빙자해 허리띠가 늘어나는 줄도 모르고 먹고 또 먹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동트기 전 우두령에는 40여명의 산꾼들이(절반은 술이 덜깬 상태로) 저멀리 어둠 속에서도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황악산을 마주하고 섰다.

출발에서 바람재 안부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구간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부터가 매우 힘든 것이 산행의 정석. 역시! 형제봉을 향한 급경사 오르막은 보기만 해도 숨이 찬다. 숨이 턱에 찰 무렵 형제봉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황악산 정상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다. 예로부터 학이 많아 황학산이라 불렸던 황악산〈사진〉 정상은 소나무로 둘러 싸여 있으며 정상 바로 아래 바위에 서면 직지사쪽 전망이 시원하다. 적당한 피로를 느끼며 능선 길을 따라 계속 걸어 운수봉과 여시골산을 거쳐 전날 새벽 출발했던 궤방령에 도착했다.


서동면〈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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