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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잭 웰치의 리더십
진솔한 잭 웰치의 리더십
  • 의사신문
  • 승인 2006.11.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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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TV에 방영된 `잭 웰치의 리더십'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그만 가슴이 설레어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명품 수집가는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그것을 사기까지 몇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한다더니 당시 내가 그런 기분이었다.

1980년대 초 관료주의와 무사안일로 장기 침체에 빠졌던 GE에 CEO로 취임하여 20여 년간 회사의 주가를 무려 38배나 끌어올리고 세계적인 선두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다진 잭 웰치, 그에 대한 각종 저서나 특집 방송 등이 이미 세상에 많이 나왔으므로 굳이 나의 짧은 지식을 더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당시 방송을 보고 새삼 느꼈던 것은 훌륭한 지도자 한 사람으로 인해 조직이나 사회가 저렇게 크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년 전 국내의 어느 대학에서 `정주영학'을 개설한 것처럼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잭 웰치학'을 만들어 많은 석학들이 그의 경영 이념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잭 웰치의 리더십을 나타내는 말들은 많다. 이를테면 `철저한 능력주의 인사(人事)' `냉정한 구조조정' `1위가 아니면 없애라' 등등 현대 자본주의 기업 문화를 이끄는 데 필수적인 모토들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말들이지만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실제로 잘 이루어냈다는 것이 잭 웰치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람들은 잭 웰치의 성공만을 보고 그가 그것을 이루려고 애썼던 과정을 다소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방송에서 가장 감명 깊게 느꼈던 부분은 `Find a better way, everyday'라는 문구였다. 글자 그대로 날마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온고지신이라 했던가, 옛날 은왕(殷王) 성상(成湯)은 욕조에 `일신우일신(一日又一新)'이라는 말을 새겨 날마다 더 새로워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잭 웰치도 그러했다. 항상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고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끊임없이 토론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가 단지 한두 해만에 GE를 개혁했던 것은 아니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개혁하여 그것이 수년간 쌓인 결과 GE는 가장 효율적이면서 진취적인 기업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그는 또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같은 보너스를 받으면 화가 난다'고 말하는 철저한 능력주의 경영자였다. 한때 건물은 그대로 두고 사람들만 죽인다고 하여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잭 웰치에 의해 일본 기업들의 공격에 시장을 잠식당하며 나날이 침체되어가던 GE가 기사회생하여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그의 경영 철학에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그가 옳았다'고 평가한다.

잭 웰치의 성공 신화를 보며 문득 우리 의사들도 그런 능력 있고 소신 뚜렷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새삼 느낀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우리 의사 사회의 지도자도 이제 철저히 준비된 CEO형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CEO(최고경영자)는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장사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올바른 식견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춘 지도자를 뜻한다.

그러면 준비된 CEO는 어떤 사람인가. 격의 없이 아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좋은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리사욕이나 당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함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사회주의 보건정책 입안자들이나 시민단체에 맞설 풍부한 경제 지식과 논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의사들이 의권을 지키려고 애쓰며 걸었던 길은 잘못된 길은 아니지만 방법상 좋은 길은 아니었던 듯하다. 훌륭한 지도자는 옳은 길로 인도하는 건 필수요, 기왕이면 더 빠르고 좋은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나는 항상 더 좋은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 진취적이고 마음이 열린 진솔한 지도자를 원한다. 잭 웰치처럼….
 

좌훈정<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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